1906년 고국으로 간 플랑시는 <직지>를 포함한 장서를 경매에 내놓았다. <직지>는 수집가 앙리 베베르에게 낙찰됐고, 1950년 그의 가족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1972년 이 도서관 사서 박병선은 ‘파리 세계도서전’에 <직지>를 내놓았다. 그는 출품에 맞춰 <직지>가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78년 앞선 금속활자본임을 입증해 학계의 공인을 받았다. 1985년 청주시 운천동에서 흥덕사 터가 발굴됐다. 2001년 9월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직지>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미완성이다. 한 권뿐, 그마저 상·하권 중 하권만 전하기 때문이다. 책을 찍었던 금속활자도 남아 있지 않다. 아직도 서양에서는 48부가 남아 있는 구텐베르크 <성서>를 세계 최고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직지>를 더 찾고, 알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지>를 홍보하기 위해 히말라야에 오르다 실종된 ‘직지원정대’ 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10년 만에 발견됐다. 충북 직지원정대는 “지난 8일 네팔등산협회로부터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인근에서 시신 두 구를 발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2009년 실종된 민준영·박종성 대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6년 출범한 직지원정대는 2008년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 6000m급 무명봉인 ‘직지봉’ 등반에 성공하고 새 등정로 ‘직지 루트’를 개척하는 등 <직지> 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등반에 나섰다 조난을 당했다. 이들 역시 <직지>의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 두 대원의 명복을 빈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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