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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광물자원 ‘형석’이 없다면 고순도 불화수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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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스톤을 찾아서

경향신문

주위를 살펴보자. 도로에는 자동차가 달리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도로 옆 저편 건물의 사무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활용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다.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물론 냉장고, 에어컨, TV를 비롯한 수많은 가전제품과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표되는 미래 청정에너지 기기,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센서와 가상현실 디바이스 등 무수히 많은 제품이 24시간 우리의 생활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만약 이러한 과학기술의 산물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우리는 평소 이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며, 이들 제품에 필수불가결한 원료인 광물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철이나 니켈, 구리, 리튬, 희토류 등과 같은 자원 관련 뉴스를 접하는 게 전부다. 극히 드물지만 호기심이 많은 이라면 그것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알아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많은 제품들은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금속이 없으면 우리가 지금 마음껏 누리고 있는 이러한 문명의 혜택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금속은 모두 ‘광물자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광물자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이용되는 자원 중에서 광물의 형태로 지각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금속원소와 그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주된 금속으로 철이 사용되는데 철은 적철광(Hematite, Fe2O3)이나 자철광(Magnetite, Fe3O4)과 같은 광물자원인 철광석으로부터 얻는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니켈이라는 금속이 필요한데 이는 가니어라이트(garnierite, H4(Ni,Mg)36Si2O9)나 펜트란다이트(pentlandite, (Ni,Fe)9S8)라는 니켈광으로부터 나온다. 배터리에 주요 사용되는 또 다른 금속인 코발트는 니켈광에 함유된 경우가 많아 니켈광을 제련하면서 부산물로 함께 얻을 수 있다.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 칩의 배선에는 구리가 사용된다. 구리는 황동석(Chalcopyrite, CuFeS2)이라는 광물자원에서 얻는다.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반적으로 형석(Fluorite, CaF2)이라는 광물자원을 이용해서 만든다.

이렇듯 우리의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물건에는 금속이 대부분 포함된다. 금속의 정확한 이름이나 특성은 잘 모르더라도 그 금속이 바로 광물자원에서 나온다는 건 현대 기술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가 알아둘 만하다.

책상 위의 필기구에서, 점심 식사 때 들었던 숟가락에서, 커피 향을 머금은 텀블러에서, 묵묵히 그 쓰임새의 본분을 다하며 본래의 이름이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는,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그들의 이름은 광물자원이다.

김수경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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