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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총선 앞두고 기지개 켜는 홍준표 “나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홍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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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패배 직후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칩거해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적 기지개를 켜는 듯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내년 총선 시침이 빨라지고 있지만 한국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채 오히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색채가 굳는 인상만 주면서 황교안·나경원 지도부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현실 정치 복귀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당 지도부나 친박계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홍 전 대표에게서 대여 전략과 지도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아 온 황교안 대표가 더욱 그럴 수 있다.

호불호를 떠나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력이 만만찮은 홍 전 대표가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상황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황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홍준표, “친박도 비박도 아닌 홍준표로 정치해 온 사람”···한국당을 몰락한 양반들이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으로 묘사

홍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를 반대한 사람들을 총칭하여 비박으로 부르지만, 나는 박근혜 정권 때 정권 차원에서 두번에 걸친 경남지사 경선과 진주의료원 사건 때 그렇게 모질게 나를 핍박하고 낙선 시킬려고 했어도 영남권 신공항 파동 수습 등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고 도왔던 사람”이라며 “나를 비박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탄핵 대선 때 친박들이 숨죽이고 있을 때도 탄핵도 반대하고 분당도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탄핵재판의 부당성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대 국민 호소까지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 붕괴 책임을 물어 책임 정치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일은 있지만 나를 비박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나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홍준표로 정치해 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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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서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당을 겨냥, “잔반(殘班)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해서야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저들(더불어민주당)은 백성들을 선동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미 오래 전에 그들(한국당)은 몰락했는데, 그들만 그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며 “지금이 난세(亂世)라는 것도 그들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권 몰락과 ‘보수진영 붕괴’에 책임이 큰 친박계가 황 대표를 앞세워 다시 당내 세력 기반을 넓히는 양상과 이를 묵인하는 듯한 황 대표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한국당) 극우만 바라보면서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어”···“총선 출마 시 의미있는 지역에 출마할 것”

이는 합리적 보수층이나 중도층에서 한국당을 바라보는 대체적인 기류와도 비슷하다. 이들은 진영 논리나 계파 갈등에 염증을 느끼는 경향이 많은데 홍 전 대표가 현재 한국당 지도부와 차별화를 두려는 지점으로 비쳐진다. 그가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 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인데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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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는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특강에서도 당 지도부를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는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겨냥한 듯 “국민 뇌리 속에 국정농단·탄핵 프레임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지금처럼 친박 1중대·2중대 갖고는 내년에 선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보수 대통합을 한다고 하면서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데 그게 보수 대통합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지난 1일 “제가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고 하니 출마지역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며 “만약 다시 내년 총선에 나가게 된다면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대선 후보까지 한 입장이고,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온 저로서는 정치 인생 마지막 총선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 하나 채우기보다는 보다 의미 있는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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