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돌아온 개콘…무딘 풍자 칼날에 홀로 빛난 ‘생활사투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면 개편 후 첫 시청률 5.4%에 그쳐

새 코너 ‘꿈나무…’에선 선정성 논란도

중앙일보

11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생활사투리'. 2002~2004년 방송됐던 코너를 1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세웠다.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주간 결방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우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던 KBS2 ‘개그콘서트’가 개편 첫날인 11일 시청률 5.4%(닐슨코리아)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편 전 마지막 방송이었던 지난달 21일 시청률 6.1%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치다.

11일 밤 9시15분 방송된 1010회 ‘개그콘서트’는 ‘실험적인 새로운 코너’ ‘개콘 레전드의 귀환’ ‘친절한 개콘위원회’를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다. 김대희ㆍ신봉선ㆍ유민상 등 세 개그맨으로 구성된 개콘위원회는 코너 사이사이에 등장해 프로그램의 MC 역할을 했다. 그동안 코너의 연결 고리가 됐던 이태선 밴드의 음악은 없어졌고, 녹

화장에서 방청객 반응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객석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또 ‘개콘 실험카메라’ ‘좀비 서바이벌’ 등 사전 녹화로 제작한 VCR 콘텐트도 등장했다.

중앙일보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국제유치원'. 시사 풍자 코너다.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유치원’과 ‘복면까왕’ 등 새 코너들은 풍자 개그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 유치원’은 국제 정세를 소재로 삼았다. 트위터 로고 모양의 새와만 소통하는 미국, ‘사과’라면 먹는 사과까지 무조건 거부하는 일본, ‘아, 배’라는 말에도 경기하듯 펄펄 뛰며 싫어하는 한국 등을 유치원생의 모습으로 보여주며 웃음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대한 찬반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복면까왕’은 도무지 풍자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코너였다. “불매운동 좋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하자는 거다. 한국에 있는 이자카야를 가는데 그게 친일인가, 10년 된 일본 차를 끌고 나오는데 그게 매국이냐. 그런 논리면 고추냉이는 애국이고, 와사비는 매국이냐”라는 말에서 해학의 묘미를 찾기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큰 웃음은 15년 만에 돌아온 ‘생활사투리’가 만들어냈다. 2002∼2004년 방송한 ‘생활사투리’의 원조 멤버 박준형ㆍ김시덕ㆍ이재훈이 옛 역할 그대로 복귀했고, 여기에 충청도 사투리를 맡은 배정근과 영어 담당 김성원이 합류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다. 코너 시청률도 ‘생활사투리’가 6.0%를 기록하며 11개 코너 중 1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

선정성 논란을 부른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꿈나무 프로덕션'.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심차게 출발한 새 코너에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배경으로 한 ‘꿈나무 프로덕션’이다.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성인 버전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백설공주에게 시스루룩을 입히고 말을 태우자는 거에요, 비 오는 날에”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헤프니” 등의 대사를 내보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KBS 게시판 등에는 “낯뜨겁고 민망해서 딸과 함께 볼 수가 없다” “이럴 거면 새벽 1시나 2시에 방송하라” 등의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31일 ‘개그콘서트’ 개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형근 PD는 “젊고 새로운 감각의 새 코너들을 20∼30개 정도 만들고 있다. 개편 과정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첫발을 무겁게 뗀 ‘개그콘서트’의 부활은 가능할 것인가.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옛날 개그맨들을 불러 이미 검증받았던 코너를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인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신인 발굴과 아이템 혁신 등 출발점에서부터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