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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고] 전략물자관리 제도개선… 더욱 철저 이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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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7월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이어, 8월 2일에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 A그룹에서 제외해 B그룹 국가로 분류하는 정령을 개정, 의결하고 이달 28일부터는 일부 포괄허가 대상을 제외한 모든 이중용도 전략품목(물자와 기술)에 대해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게 하고, 군사용으로의 전용이 우려될 경우는 통제목록 외의 품목도 수출을 통제하는 캐치올(catch-all)을 적용할 방침이다.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제도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다. 일본은 공공연히 우리나라 캐치올 제도의 미흡, 재수출 통제 부재 등 우리 제도가 불충분해 한국으로 수출된 일본의 전략품목이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국으로 불법 이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주장대로 실제로 그러한지 우리나라 현행 제도의 실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강호 건국대 겸임교수 전 전략물자관리원 본부장


먼저, 캐치올에 대해 대외무역법 제19조3은 WMD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관련 품목이 WMD의 제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경우 상황허가를 받도록 할 뿐 통제품목이 훨씬 많은 재래식 무기 관련 품목의 통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더구나 상황허가 대상도 공작기계, 화학물질 등 크게 20개 이내의 일부 품목이고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 3개국에 한정하는 등 커다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둘째, 재수출 통제이다. 이는 수입된 전략품목이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경우에도 통제하는 것인데 현재 대외무역법과 그 시행령에는 재수출 통제에 관한 조항이 없다. 단지 시행규칙인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제18조에 원자력전용품목에 한해서만 재수출 허가가 있을 뿐이어서, 모든 이중용도 전략품목에 대해서는 사실상 재수출을 통제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자국산 부품이 25% 넘어 포함된 외국제품의 제3국 수출도 사전에 미국의 허가를 받게 하는 등 재수출 통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한·미 간 전략물자 및 기술자료 보호에 관한 양해각서’에 의해서도 재수출 통제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데도 관련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위반자에 대한 처벌 등 집행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는 수출통제법 위반 정도에 비례해 징역, 벌금, 과징금, 수출금지 등 처벌이 매우 엄격하며 위반자를 언론에 공개하는 등 재발 방지에 노력하지만 우리나라는 2011~17년 무허가 수출 225건 중 무려 138건(61%)에 대해 8시간 이내의 교육명령(나머지는 몇 개월의 수출제한)과 같은 극히 가벼운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고 위반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4년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에 의거 모든 국가는 환적, 재수출, 캐치올, 기술의 무형이전 통제 등 제반 수출통제를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고, 그 구체적인 이행은 각국의 재량이지만 단순히 법령과 제도를 갖추고 판정, 허가, 교육홍보, 온라인시스템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수출통제 국제의무를 다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불충분하고 미흡한 법 제도를 개선하고, 이행과 집행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한 수출통제 이행의 모범국가로 신뢰받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호 건국대 겸임교수 전 전략물자관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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