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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공포가 낳은 獨국채 기현상…"마이너스 금리인데, 날개돋힌듯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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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국채 금리 연일 '사상최저'…10년물 금리 '-0.6%' 육박

독일 정부에 돈 빌려주고 이자는커녕 비싼 수수료 물어도

초흥행 지속돼…"극단적 공포 분위기 반영된 것" 분석

이데일리

유럽중앙은행.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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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독일 국채 금리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이자율이 이미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독일 국채는 갈수록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독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극도의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팽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0.6% 육박 ‘사상최저’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576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0.5859%)을 제외하면 사상 최저(국채 가격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장중에는 -0.598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초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 독일 국채이지만 장기물인 10년물 금리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본격적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것은 불과 5개월 전이다. 지난 3월 22일 -0.0149%에 거래되며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왔다.

지난 2016년 6월~10월 사이 잠시 마이너스 구간에서 등락한 적은 있지만, 0%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당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15%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2016년 10월 이후 독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도 플러스 전환했고 이후 줄곧 플러스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독일 국채 금리는 하염 없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은 독일 국채의 전례 없는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돈 빌려주고 수수료까지 내야 하지만 ‘초 흥행’

마이너스 국채 금리는 비상식적이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 뒤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10년 동안이나 돈을 빌리면서 조금이라도 이자를 주는 게 당연하다.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채권자가 국가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기는커녕 수수료까지 낸다는 뜻이다. 마이너스 폭이 깊어질수록 내야 하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1000만원을 독일 정부에 빌려준다면, 채권 만기 때는 1000만원이 안되는 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돈 빌려주고 원금도 상환 못받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채 인기는 고공행진이고, 금리를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와 국채 금리가 더 많이 하락할 것에 베팅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를 구입하더라도 향후 국채 금리가 더 큰 폭 하락하면(가격 상승) 시장에서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경기 둔화를 예견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ECB는 기준금리를 2016년 3월 연 0.05%에서 0%로 내린 뒤 3년여간 동결해왔는데, 다음달 -0.10%로 낮출 것이 유력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유럽이 다시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접어드는 셈이다. 독일 국채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이유다.

◇경제 극도로 비관…“금리 더 내릴 것” 판단 때문

ECB 영향권 안에 있는 유럽 국가들 중 유독 독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프랑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0.27%로 독일(-0.58%)보다는 높은 편이다. 핀란드는 -0.31%, 벨기에 -0.22%, 네덜란드가 -0.46% 정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0.82%, 0.25% 수준이다.

독일이 미·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다.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독일도 함께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다만 독일 경기가 둔화한다고 해서 정부의 파산 위험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독일 국채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국채는 각종 기관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할 ‘스테디셀러’다. 현재 독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포인트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16포인트)이나 일본(23포인트) 등 웬만한 선진국보다 부도 위험이 낮다는 뜻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독일 채권이 가장 우량한 채권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채권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각국의 채권 중에서 옥석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독일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장기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대폭 하회하는 등 특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자료=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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