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이 세 달 연속 중국을 제치고 세계 선박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내실이 좋지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선주들이 지난해보다 발주를 줄인 결과 한국의 올해 수주는 지난해 대비 반토막났다. 수주 빈곤 속에 '세계 1위' 타이틀을 얻은 셈이다.
13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7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55만CGT(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가운데 절반 가량인 27만CGT을 수주했다.
중국이 20만CGT로 2위를 기록했으며 일본(3만CGT)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전 세계 수주 1위 행진을 이어갔다.
누적 수주 점유율 기준으로 4월 한때 중국과 17%p까지 벌어진 격차도 줄었다. 올해 1~7월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40%(474만CGT)로 한국(32%, 374만CGT)과의 격차는 8%p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한국의 수주실적은 뚜렷한 하향세다. 지난해 7월 한국은 97만CGT를 수주했다. 올해 7월 수주실적은 지난해의 약 28%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올해 1~7월 누적 수주도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실적 645만CG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발주 자체가 줄었다. 올해 7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로 약 73% 급감했다. 올해 1~7월 누적 발주량은 1182만CGT인데, 이 역시 지난해 보다 43% 감소한 규모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라는 것이 조선업계 중론이다. A조선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선주들이 발주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사실상 전 세계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 40척 LNG선 발주가 예고된 카타르 수주전이 개막한 상태인데, 입찰 심사 일정상 연말쯤 최종 수주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카타르 발주 물량은 자국 가스전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B조선사 관계자는 "관건은 카타르 수주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라며 "입찰 심사가 의외로 지연돼 해를 넘길 경우 올해 수주 실적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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