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흰 턱수염 덥수룩(?)… 김학의 前차관 촬영 불가,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3일 첫 재판 출석한 김학의 前차관, 흰 턱수염 덥수룩하다는데… / 예전 같으면 동영상·사진 통해 확인 가능하겠지만 이제는 불가능 / 법무부 교정당국 "범죄 증명되지 않은 피의자 얼굴 공개는 NO!"

세계일보

“흰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상태로 나타난 김(학의) 전 차관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이나 아래를 응시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1심 첫 공판을 취재한 연합뉴스 기자가 보도한 기사 일부다. ‘흰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상태…’라는 구절이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김 전 차관의 근황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은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이 보도에 쓴 김 전 차관 영상 및 사진은 거의 대부분 검찰 수사 당시 양복 차림으로 수사팀에 출석하는 그를 찍은 옛 모습이었다. 구속 상태인 피의자가 법원에 출석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금지당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비리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 등 수용시설에 수감 중인 이들도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이들을 태운 호송차가 법원에 도착하는 시점은 방송사 카메라기자와 신문 및 통신사 사진기자들한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호송차에서 내린 피의자들은 법원 내 구치감으로 이동, 법정에서 재판이 열릴 때까지 대기한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대형 사건 피의자의 경우 그들이 수의(囚衣·죄수복)를 입은 모습을 기록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비록 법정에 출석하는 피의자가 수의 대신 사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손에 수갑이 채워지거나 포승에 꽁꽁 묶인 모습은 여과없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법무부 산하 교정당국은 법원에 공문을 보내 ‘호송차에서 내리는 피의자들을 촬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문에서 교정당국은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 제357조 제13호와 관련해 수용자 인권 보호 및 도주 방지 등 계호력 확보를 위한 물적 계호 필요성이 증가했다”며 “2019년 5월31일부터 법원 출정 수용자 승하차 출입 시 출입차단시설(셔터)을 사용하니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기자들이 호송차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피의자들 사진을 촬영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일선 교도소와 구치소들에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포승줄에 묶여 있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일보

구속 상태에서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이 동영상 또는 사진으로 낱낱이 공개돼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좀 더 빨리 취해졌어야 한다며 법무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다. 박근혜, 이명박(MB)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구속 후 포승에 묶이거나 수갑이 채워진 채로 법원에 출석하는 장면이 이미 다 공개된 마당에 괜히 ‘뒷북’만 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수갑이 채워진 채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이 사실상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일을 여러 차례 겪고 난 뒤인 2017년 10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는 말을 남긴 채 법정 불출석을 선언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관련 재판은 모두 궐석 상태에서 진행됐고, 대중은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뉴스에서 접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구속 기소된 MB와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보석 허용으로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아무래도 수의, 수갑, 포승 등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구속 전에 비해 얼굴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