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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상한제 따른 공급 축소 없다"…국토부 자신감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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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막히며 신규 주택 공급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에도 국토교통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민간이 보는 전망과 사뭇 다른데, 어떤 근거에서 나온 자신감일까?

조선비즈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위해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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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축소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나올 신규 공급 효과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은 381개인데, 이중 사업 막바지에 이른 관리처분인가 단지(66개)와 착공 단지(85개)를 합하면 151개 단지, 가구 수로는 13만7000여가구에 이른다. 착공의 경우 10개 단지, 3400가구 정도를 제외한 곳이 일반분양을 진행한 단지라 이미 주택시장에 공급됐다고 보면 된다. 이를 감안해도 서울에 정비사업으로 나올 신규 물량은 7만1000여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국토부는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에 따라 서울에 4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크게 보면 기본계획수립 → 정비구역지정 → 조합설립인가 → 사업시행인가 → 관리처분인가 → 철거와 이주 → 일반분양 → 준공인가 순으로 진행된다. 관리처분인가와 착공에 들어간 조합은 이미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도중에 발을 빼기 어렵다.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쏟아부은 매몰비용이 지나치게 많아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분양가를 낮춰 조합의 이익이 줄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공급 축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근거도 제시했다. 국토부는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이 축소되긴 했지만, 금융위기와 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 인허가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충격이 완화된 2010년부터는 상한제가 시행되는 가운데서도 충분한 물량의 주택 건설 인∙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5만가구에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2만1900가구, 2만6600가구로 반 토막 났지만, 2010년 5만1400가구로 회복했다.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도 상한제 시행시기(2007~2014년) 연평균 2만1000가구로 상한제 시행 이전인 2006년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착공 단계에 이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라고 해서 모두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령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조합인 경우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토지는 조합 소유라 따로 비용이 안 나온다고 쳐도 다른 주택에 사는 데 따른 거주비용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 비용은 불어나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이 그런 사례다.

반면 이주를 하지 않은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같은 곳은 선택지가 있다. 사업 지연보다 상한제로 입을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시장 분위기를 살피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공급 지연 효과가 나타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정비사업 관련 한 전문가는 "이주 직전 단계인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맞서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면 충분히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사업 초기 단계의 정비사업지들은 사업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관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1대 1 재건축과 임대 후 분양카드를 검토하겠지만, 주택시장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담보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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