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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여름 밥상은 오이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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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더울수록 맛있어지는 오이로 만든 물김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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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자주 먹는 채소를 하나 딱 꼽으라면, 오이죠. 밭일하면서 목마를 때 오이를 따서 먹어요. 날것 그대로 먹어도 맛있어요. 갈증이 풀리고 허기도 가셔요. 어떤 채소든 밭에서 바로 따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도 아삭함도 떨어지죠. 오이는 손에 들고 먹기 딱 좋고요. 와작와작 씹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여요. 코를 뚫리게 하는 오이 향도 좋아요. 기특하게도 잘 자라요. ‘장마에 오이 굵듯’이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그 말처럼 장마철에 오이는 잠깐 사이에 버쩍버쩍 큽니다.

오이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채소지만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오이가 있어요. ‘여름오이’라고도 하고 ‘청오이’라고도 합니다. 이 오이는 4월에 씨를 심어 7월부터 9월까지 수확할 수 있어요. 단단하고 아삭아삭합니다.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 좋아요. 그중 하나가 오이물김치예요. 한번 만들어놓으면 여름내 먹을 수 있어요.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일단 오이와 고추를 준비합니다. 굵은 소금이나 밀가루로 오이 껍질을 닦아요. 오이와 고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둡니다. 물김치의 국물을 만들기 위해 물에 소금과 설탕을 넣어 팔팔 끓입니다. 끊인 물을 썰어놓은 오이와 고추에 붓습니다. 새콤한 맛을 내기 위한 식초와 방부제 구실을 하는 청주를 넣어요. 국물이 식으면 양파를 썰어 넣습니다. 여기에 입맛 없고 더운 여름날 원기 회복에 좋다는 부추도 넣으면 좋아요. 양파와 부추는 뜨거운 물 때문에 금방 익을 수 있으니 나중에 넣습니다. 다 만든 뒤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먹으면 돼요. 그날 만들어 그날 바로 먹을 수도 있어요. 오이물김치의 시원한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어도 좋습니다. 국물만 마셔도 속이 시원해지거든요. 짭짤하면서 달큼한 맛이 나요. 이걸 밥상에 올리면 따로 국을 끓일 필요가 없어요. 국 없이 밥 못 먹는 분들에게는 국 대용으로도 딱이에요.

소금으로 국물을 내는 대신 간장으로 오이장아찌를 담글 수도 있습니다. 간장으로 만들어서 오이물김치보다 더 짭조름한 맛이 나죠. 여름에 더운데 주방에서 반찬 만들기 힘들잖아요. 이것도 한번 만들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효자 반찬입니다.

오이는 여러 가지 반찬으로 해먹을 수 있어요. 오이미역냉국, 오이지무침, 오이소박이, 노각무침, 오이간장장아찌. 오이 반찬이 자주 올라가는 여름 밥상은 오이밭 같아요. 오이만 있어도 여름을 날 수 있어요.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오이는 여름에 먹어야 제맛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더워질수록 오이가 더 맛있어요.

오이도 다 같은 오이가 아니에요. 종류가 다양합니다. 청오이, 백오이, 노각(늙은오이)이 있어요. 백오이는 이름 그대로 다른 오이보다 희고, 연녹색을 띱니다. 오이를 안 따고 놔두면 누렇게 변해서 노각이 됩니다. 일반 오이보다 크고 통통해요. 쭈글쭈글하고 못생겨서 맛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다른 오이와 또 달라요. 여름 한철만 나오는 노각은 쓴맛이 덜하고 꼬들꼬들 씹는 식감이 좋습니다.

오이는 어디에든 넣어 먹을 수 있는 채소예요. 콩국수, 비빔국수, 냉면, 짜장면 등 면요리에 꾸미(고명)로도 넣어요. 음식에 오이가 올라가면 더 맛나는 것 같아요. 아삭아삭 씹는 맛도 있지만 오이의 푸르른 색을 보기만 해도 시원해요. 올여름에도 오이에 자꾸자꾸 손이 갑니다.

강옥란 1956년생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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