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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탄소 유기체도 구멍 내면 ‘자성’ 생겨…MRI 조영제로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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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탄소 구조체에 구멍 형태 결함을 도입해 자석 성질을 갖게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방법으로 만든 탄소 구조체를 대량으로 합성하면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 금속성 MRI 조영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백종범·유정우·박노정 교수 연구팀이 탄소물질의 상자성 합성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상자성은 외부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자성을 갖게 되는 성질이다.

백종범 교수는 "그동안 탄소 물질의 자성 연구는 이론이나 계산 연구에 주로 초점을 맞춰 이뤄져 왔다"며 "이번 연구는 이론적 계산과 실증을 병행함으로써, 탄소 물질 내의 결함이 자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하이드록시기(붉은색 부분)가 그래핀 구조체의 상자성(paramagnetism)을 유발하는 모식도.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스핀의 정렬방향(푸른 화살표)이 자기장 방향과 일치하게 된다. 결함 주변에 자성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연구팀은 상자성 탄소 구조체를 만들기 위해 500도씨에서 ‘아세틸기(CH₃CO-)’를 화학식 내 포함하고 있는 단위분자의 반응을 유도해 2차원 탄소 박막을 대량 합성했다. 이때 수소와 산소를 제거하는 탈수 반응과 다른 원자를 탄소로 치환하는 탄화반응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 구조체는 자성을 갖게 됐는데 내부적으로 둥근 구멍 형태의 결함과 ‘하이드록시기(-OH)’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과 이론 분석을 통해 구멍 결함과 하이드록시기가 탄소 박막에 자성을 가져온 원인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실을 탄소구조체에 열을 가해 확인했다. 그래피틱 탄소 나노시트에 열처리를 가하고 구멍 결함을 줄이자 원자 속 전자의 자전 운동인 ‘스핀’ 수가 감소했다. 스핀 수가 감소하면 자성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즉, 이 결과는 구멍 결함의 존재가 스핀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하고 외부 자기로부터 영향을 받아들여 상자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또 연구팀이 밀도범함수이론으로 계산한 결과, 구멍 결함 주변 탄소는 하이드록시기를 갖고 있어 상자성을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탄소구조체는 현재 MRI 조영제로 사용하는 금속성 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 자기를 이용하는 MRI의 경우 자성을 띠는 물질 매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자성을 띄는 물질은 금속성이 전부였다. 그러나 금속의 경우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갖고 있다.

제1저자인 정선민 UNIST 박사는 "비교적 손쉬운 합성 조건에서 상자성을 갖는 탄소 박막을 대량합성할 수 있다"라며 "MRI 조영제는 물론 합성한 물질에 구멍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흡착물질이나 전극 재료 등 다양한 방면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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