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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일본에 사죄를 받아다오" 어머니 유언,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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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서

울려 퍼진 유가족의 편지

"엄마가 부끄러워 외면" 고백

보상 못 받고 떠난 고통 회상

배우 한지민이 대신 낭독

아시아경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정부 기념식에서 배우 한지민이 편지낭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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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겁이 났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섭기만 했고,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겪은 일이라는 게 더 무섭고 싫기만 했습니다. 혹시라도 내 주변의 친구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나 그저 두렵기만 했습니다."


배우 한지민씨 목소리는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 울려 퍼졌다. 이날 한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피해자 유족을 대신해 편지를 낭독했다. 제목은 '사랑하는 엄마에게'로 위안부 피해자였던 어머니를 회상하며 쓰여졌다. 한씨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떨렸다.


유족은 위안부 피해자였던 어머니가 부끄러워 외면했다고 고백했다. 편지에서 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니 어쩌면 저는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애써 외면했고 제가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를 모른 체 하고 싶었다"고 했다.


피해자인 어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과 일본을 오가는 것을 보면서 당신이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을 비로소 알게 되고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유족은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땅 속에 묻혀 있을 것 같구나.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라고 어머니가 생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편지글로 복기해 그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유족은 "어머니는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을 보상도 받지 못 하시고 우리 곁을 떠났다"며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고통과의 싸움이었을 엄마를 생각하며 저는 울고 또 울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런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엄마의 못다한 소망을 이루어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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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정부 기념식에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념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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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편지낭독에 이어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청아라 합창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노래를 불렀다. '평화와 인권을 위해 연대하겠다'는 뜻을 담은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과 아칸 실비아 오발 우간다 골든위민비전 대표의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정부에 등록된 피해 생존자는 이제 단 스무 분 남으셨다"며 "우리는 마음 속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포함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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