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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누구나 마음속에 바리스타가 있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아늑한 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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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못지 않는 솜씨로 집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는 홈카페족(族)들은 홈카페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꼽는다. 주말 아침 늦잠을 즐긴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먹을 때 느껴지는 여유로움, 더운 날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개운함 또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자신에게 만들어주는 음료 한 잔의 힐링 등.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는 아닐지라도, 가장 아늑한 곳에서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 커피 한 잔을 즐기는 홈카페족이 늘어나고 있다.

몇 달 전 에디터의 사촌이 웨딩마치를 올렸다. 한두 살 터울의 에디터가 쭈뼛쭈뼛 축의금 봉투를 내밀기 서로가 민망해 해 결국 신혼살림에 보탤 만한 작은 선물을 하기로 했다. “에어프라이기랑 공기청정기, 아님 로봇청소기 해줄까?” “그거 전부 선물 받기로 했어” “그럼… 스타일러? 에어컨?”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마”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본 것이 바로 커피 머신이었다. 그리고 사촌은 자신의 커피 취향과 나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머신 구매에 앞서 꽤 구체적인 바람사항을 언급했다. 우선 첫째, 캡슐 커피 머신보단 에스프레소 머신을 더욱 선호한다는 것. 둘째, 그라인더(원두를 가는 기계)는 굳이 없어도 된다는 것. 셋째, 자동 반자동 상관 없고, 스팀노즐이 달려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커피 머신은 브랜드별, 자동·반자동(수동), 기능 장착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현재 홈카페 시장에 나온 커피 머신 종류만 해도 역시 수십, 수백 개. 1~2주의 고민을 거쳐 드롱기에서 3~4년 전 출시된 반자동 커피 머신을 골라 선물했고, 이후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만족스러운 이모티콘의 답 인사가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과거엔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나 믹스 커피 등을 주로 먹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소위 블랙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 머신을 활용하다 최근에는 드리퍼로 내려먹는 핸드드립을 주로 애용한다. 또 나름 주워 들은 지식과 경험으로 선호하는 원두가 있으며, 원두 전문점에서 핸드드립용으로 분쇄해 집에서 내려먹으면 그 맛이 어느 유명한 카페가 부럽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만하면 개인적으로 홈카페에 대한 역사가 얕게나마 이어져 온 편이라 할 수 있다. 실제적으로 국내에선 2000년대 초·중반부터 커피전문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인스턴트 시장 대신 원두커피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리고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개인별 취향에 맞게 원두커피를 즐기려는 홈카페족이 급증하며 관련 제품 커피머신·수동식드리퍼·커피로스터기·커피그라인더·텀블러 등 홈카페에 필요한 물품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5~2014년까지 10년간의 ‘홈카페’ 관련 제품 디자인 출원을 분석한 결과 2005~2009년 사이의 출원건수는 85건이었다면, 2010~2014년 사이에는 458건으로 늘었다. 그리고 현재는 어떨까. 해외 유명 커피전문점의 국내 오픈 소식에 우리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동네 작은 카페도 SNS상을 통해 유명 맛집이 되고 있다. 또 소비자의 입맛이 더욱 세분화되는 만큼, 커피 시장 역시 과도기를 넘어서 이제는 홈카페 시장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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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 ‘나만의 커피 만들기 체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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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 스타벅스 앳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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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페’ 트렌드에 신혼 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네스프레소’의 ‘버츄어 플러스 캡슐 커피머신 화이트’(사진=신세계백화점), WMF 키친미니스 아로마 커피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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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온 고품질 제품의 프리미엄 커피 시장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8층. 리빙, 가전 제품을 소개하는 이 공간에 어느 순간부터 향긋한 원두 냄새들이 솔솔 풍겨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달 전부터다. 홈카페를 즐기는 일반인들 중심으로, 또 신혼 부부들 사이에서도 커피 머신이 인기 상품으로 거듭나면서 매장 내에 다양한 커피 브랜드 제품들과 도구들을 선보이게 됐고, 그 옆에는 해당 제품을 활용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드립커피 전문 브랜드 하리오의 페르비타가 입점해 제품 선반 옆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 손님들에게 판매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의 부티크가 오픈,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커피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고객은 본인의 취향을 탐색해 직접 커피를 선택하고, 테이스팅 해보거나, 커피와 머신 전반을 직접 경험해본 후 구매가 가능하다.

한편 유명 커피 브랜드끼리 결합해 제품을 확대한 케이스도 있다. 캡슐 음료로 유명한 브랜드 네슬레와,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가 만나 ‘집에서 간단하게 스타벅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 것. 지난 2월 네슬레에서 새롭게 출시한 스타벅스 브랜드 제품 총 24가지는 홀빈(Whole bean), 그라운드 커피(R&G)는 물론 네슬레의 고유 커피 시스템 기술로 개발된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의 스타벅스 캡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새로운 커피 제품에는 다양한 스타벅스 시그니처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커피는 물론, 캐러멜 마키아토, 카푸치노 등 다양한 클래식 음료가 포함된다. 네슬레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시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집에서 간편하게 스타벅스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의 채널 개발 및 글로벌 커피·차 부문을 총괄하는 존 컬버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싱글서브(Single-serve) 플랫폼인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이 집에서 고품질의 스타벅스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WMF의 ‘키친미니스 아로마 커피메이커’의 경우 한 뼘 크기의 소형 커피메이커로 공간 효율에 극대화된 제품이다. 커피의 향을 최대로 담아내는 추출 구조와 최적의 커피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WMF만의 아로마 보존 기술이 탑재되어 풍부한 향이 담긴 최상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1~2인 가구를 위해 선보인 프리미엄 소형 주방가전 시리즈로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기존에 출시된 유리 미니 믹서기, 미니 무선 주전자에 새롭게 선보이는 아로마 커피 메이커가 더해져 집에서도 다양한 음료를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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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 홈카페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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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 떠오른 #홈카페족 #홈카페놀이

최근 홈카페족은 단순히 집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피와 디저트를 어떤 잔에 담아야 맛있는지, 또 달콤한 에이드와 과일주스, 향긋한 홍차 등 메뉴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와 소품까지도 신경을 쓴다. 그리고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거나, 완성품을 사진으로 남겨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행동 역시 일종의 취미처럼 자리잡고 있다. SNS상에서 ‘#홈카페’ ‘#홈카페놀이’ 등은 인기 해시태그 중 하나로, ‘홈카페’에 관한 게시물은 160만 개, ‘홈카페놀이’에 관한 게시물 수만 해도 15만 개에 달한다. 하나 같이 커피전문점에서 볼 법한 비주얼의 음료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크기별·종류별로 다양하게 유리잔을 준비해, 음료에 따라 토핑을 올리기도 하고, 트레이나 티코스터 등을 활용해 강조를 하거나, 또 곁들여 먹는 디저트나 말린 과일, 허브 잎으로 장식하는 등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이처럼 홈카페족들 사이에 소품이나 제품군 역시 큰 관심사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을지로의 레트로 카페가 일종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레트로 소품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레트로풍의 커피 머신부터 시작해, ‘서울우유컵’ ‘올림픽 호돌이 컵’ ‘델몬트 컵’ 등 향수를 자극하는 유리컵들이 화제가 되면서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선 옛 서울우유 이미지와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레트로 굿즈 ‘밀크홀 1937 레트로컵’를 판매했고, 지난 2월 1탄 완판에 힘입어 지난 6월 ‘밀크홀 1937 레트로컵’ 2탄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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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네슬레,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신세계백화점, WWF, 서울우유협동조합, 매경DB 참고도서 『무허가 홈카페』 『하루하루 홈카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2호 (19.08.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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