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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미국처럼 총 쏴라" 홍콩 시위 두고 들끓는 中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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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웨이보 '기자 폭행' 검색건수 1억 넘어… 군대 투입 명분이라는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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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에 에워쌓인 중국 환구시보 기자 후궈하오가 손발이 묶인 채 호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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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극심한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환구시보 기자 포함 중국인 2명의 억류 사실을 두고 중국 여론이 동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테러리스트 같았다"고 표현한 데 이어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도 맹비난하고 나섰고, 웨이보 등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의 군대 투입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중국의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한국시간) '#홍콩 공항에서 취재진이 구타를 당했다'(#港澳办回应记者在香港机场被打)는 해시태그의 검색건수는 1억1000만건을 넘어섰다. 현재 웨이보 급상승 검색어에는 "기자에 대한 폭력을 규탄한다", "푸궈화오(환구시보 기자) 퇴원", "나도 홍콩 경찰을 응원한다"는 내용이 상위권에 위치하며 검색건수 역시 100~200만건에 달하고 있다.

앞서 전날 밤 홍콩국제공항으로 몰려든 수천여명의 홍콩 시위대는 밤새 경찰과 난투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5명이 체포됐으며, 잠복 경찰로 지목된 중국인 한 남성과 환구시보의 푸궈하오(付國豪) 기자가 시위대에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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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후궈하오 환구시보 기자 억류 보도 기사. 이 기사는 "맞다. 그는 우리의 기자이자 영웅이다"라며 후궈하오를 영웅화했다. /사진=인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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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홍콩 시위대가 푸궈하오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손발이 묶인 푸궈하오를 에워싸고 있고, 그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몇 분 뒤 시위대는 그를 폭행하거나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시위대는 푸궈하오의 가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폭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어떤 비난도 그들이 폭력 범죄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체는 "푸궈하오에 대한 끔찍한 공격은 노골적인 인권과 법치주의 위반"이라며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편향된 서구인들에게 그들을 옹호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폭력의 공범자일 뿐"이라며 홍콩 시위대에 지지를 표현한 미국 정치인들을 겨냥했다.

후궈하오 기자를 영웅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인민일보는 후궈하오의 영상을 올리며 "그렇다. 그는 우리의 기자이자 영웅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인민일보는 "인권을 침해하는 홍콩 폭도들에게 심각하게 경고한다"며 "기자를 이길 언론의 자유는 무엇이냐"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환구시보는 "그는 맞을 때도 손에 중화인민공화국 신분증을 움켜쥐고 있었다"며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웨이보에서도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후궈하오 폭행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미국에서는 경찰이 직접 총을 쏠 수 있는데 (왜 우린 못하나)", "이놈들은 테러리스트다", "경찰을 지지한다"는 등 경찰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이 1000~7000여건의 추천을 받으며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를 두고 '테러'라는 용어를 처음 쓰면서 시위 진압에 중국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날 홍콩공항 점거 시위를 두고 "이는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밝혔고, 전날에도 양광 판공실 대변인은 임시 기자회견에서 "테러리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장샤오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비공개 좌담회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인민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최근 홍콩 부근의 선전에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을 하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에서 비롯돼 반정부 시위로 번진 홍콩 시위는 9일부터 공항에서 진행됐다. 원래 공항 연좌시위는 11일까지였으나, 경찰이 쏜 고무탄에 여성 시위자의 실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12일과 13일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어 공항을 점거했다. 홍콩국제공항은 대규모 시위로 지난 이틀 연속 항공편을 대규모 취소했으나, 이날 오전부터 다시 정상 운영에 돌입했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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