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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팝업리뷰]'암전', 장르 향한 뚝심으로 완성한 공포…광기에 사로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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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공포에 대한 뚝심 하나 만큼은 의미 있는 영화 '암전'이다.

10년 전, 너무 잔혹한 이야기로 인해 관객이 사망하면서 상영이 금지되었다는 영화가 있다. 소문으로는 이 영화를 아예 귀신이 직접 찍었다는 말도 있다. 별 대수롭지 않을 괴담. 하지만 당장 입봉작을 준비하는 공포영화 감독에게 이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도 없다. 영화를 보다 관객이 죽었고 게다가 귀신이 찍은 영화라니. 그 누구보다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 성공하고자 하는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괴담 속 영화에 찾기 위한 광기와도 같은 집념을 내보인다.

영화 ‘암전’은 공포영화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영화다. 이야기 구조부터가 심상치 않다. 마치 과거 사라진 전설 속 괴수영화의 저주에 걸린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을 연상시키게도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장르가 다르다. ‘삼거리 극장’은 뮤지컬이고 ‘암전’은 공포영화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장르의 관성을 어떻게 이용해 영화를 풀어냈냐 하는 것이다.

‘암전’을 통해 첫 상업 영화에 도전하는 김진원 감독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탁월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단편 ‘전기톱 여고생’으로 데뷔해 2007년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금지구역 부문에 상영됐던 ‘도살자’를 연출한 김진원 감독. 데뷔작부터 첫 상업영화 연출작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영화들의 키워드는 공포, 고어, 슬래셔 등으로 엮어졌다. 즉, 공포영화만이 김진원 감독의 뚝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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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암전' 스틸


그렇기에 김진원 감독은 공포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관성을 아주 잘 꿰뚫고 있다. 단순히 관객을 단발에 놀라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로 공포를 조성해야 하는 것. ‘암전’은 소문 속 공포영화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공포영화에 얽힌 인물들의 광기를 그려내면서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박한다. 또한 극 사이사이마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면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명민함도 가졌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서예지의 연기는 흡족하다. 오로지 무서운 영화를 찍겠다는 집착이 광기로 번져나가는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서예지의 모습은 서늘함 그 자체다. 또한 영화 속 영화의 감독으로 등장하는 진선규의 광기 연기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두 배우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과, 공포의 시발점이 되는 영화관의 촬영지인 폐극장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암전’은 무더운 더위를 식혀버릴 만한 싸늘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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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암전' 스틸


다만, 영화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광기의 실체와 공포의 분위기가 다소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생겨난다. 귀신도 등장하고, 귀신에 시달리는 인물도 등장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도 등장한다. 그간의 공포영화에서 끝판왕 보스처럼 등장했던 공포 요소들이 이 영화에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혼합된다. 그러면서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이 보이기도 하며, 각 공포의 주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거운 분위기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박하던 영화 ‘암전’은 뒤로 가면 갈수록 힘이 빠져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방 안에 모여 불을 꺼두고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무서운 이야기들의 에피소드들을 한데 모아둔 느낌이 후반부를 잠식해온다. 귀신 이야기라면 귀신에, 광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광기에만 집착했으면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 과유불급의 실수를 저지르는 ‘암전’이다.

결국 영화 ‘암전’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광기에 대한 영화다. 무서운 공포영화에 집착했던 재현(진선규), 그런 재현의 영화에 집착하는 미정, 그리고 이 둘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영화. 감독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느끼는 집착이 고스란히 묻어나있는 결과물이다. 장르에 대한 뚝심은 가득하지만 후반부 힘이 달리는 것을 붙잡을 수는 없는 아쉬움. 그러나 공포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는 관객이라면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암전’이다. 오늘(14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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