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ESC] 동해안에 이색 공간 와글와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커버스토리┃동해안

양양 고성에 자리 잡은 카페들

도시가 싫어 떠난 30대가 차려

아늑한 공간에 담백한 음식이 가득

개성 강한 서핑 숍도 많아

수제 맥줏집은 벌써 명소로 등극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원도 양양에서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분위기는 한적해진다. 고요한 동네 고성에 닿는다. 양양이 서핑과 물놀이 이용객으로 북적인다면, 고성은 찾는 이 적은 호수와 조용한 해변이 있어 고즈넉하다. 이런 고성에도 최근 몇 년 사이, 양양에 질세라 핫 플레이스가 하나둘씩 생겼다. 양양에 있는 숍들도 여전히 자기 빛깔을 갈고 닦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겨레

30대가 연 고성의 ‘뜨거운 가게들’

강원도 일대에 몰리는 여행객 때문에 고성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의 소란스러운 번잡함이 싫은 이들이다. 자주 고성을 찾는 직장인 이재위(33)씨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소도시라서 조용하고, 바다와 해변이 깨끗해서 더 좋다”고 말한다. 고성은 동해안의 한적함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교통이나 편의 시설은 강릉이나 속초 등에 견줘 부족하지만, 한적한 풍경이 자랑거리다. 산과 호수가 있어 취향에 따라 여행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고성만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하나둘 특별한 가게를 열었다.

‘테일’은 2017년 9월께 가진해변 인근에 문 연 해변 카페다. 지금보다도 고성이 더 조용하던 시절이었다. 서울에서 의류 패턴사로 일했던 곽용인(31) 대표는 “고성이 10년 전 제주와 비슷한 분위기의 청정지역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때였다. 와서 보니 마음에 꼭 들었다. 흙을 만지고 살고 싶어서 도자기 공예도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테일이 위치한 가진 해변은 동해안에서 소담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그는 천장이 낮은 집을 개조해 공간을 아늑하게 꾸몄다. 핸드드립 커피와 구운 과자를 즐길 수 있다. 근처 바닷가나 호수 근처로 소풍 가는 이들을 위해 피크닉 매트와 박스를 대여해주는 패키지 메뉴도 판매한다. (강원 고성군 죽왕면 가진길 40-5)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변을 벗어나면 고성은 더 조용하다.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1리 마을에 자리 잡은 ‘드레’는 지난 6월초 문을 연 카페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지하를 전시 공간으로, 1층은 커피와 빵을 파는 카페로 꾸몄다. 2층에는 길고은(32) 대표가 거주한다. 길 대표도 서울에 살다 고성으로 이주해온 이다. 길 대표는 “풍경이나 음식 등 모든 면이 만족스러웠지만, 공연이나 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한다. 그가 예술가들의 전시 공간인 드레를 연 이유다. “이 지역의 농산물은 정말 좋은 게 많아요. 판매 경로가 마땅치 않아서 고생하는 농부들이 많죠. 그래서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켓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고성을 음미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꼭 가볼 만한 곳이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길 18-3)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슬리하우스’는 부산에서 줄곧 살던 30대 류현수·이혜주 부부가 도심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고성으로 이주해 연 공간이다. “바다, 산, 호수가 다 있는 지역은 드물어요. 멋 안 부린, 날 것 그대로의 동네도 좋았지요.” 이혜주 대표가 지난 2월말 봉포해변 앞에 작은 민박집을 연 사연이다. 건물을 개조해 1~2인실 크기의 작은 방 10개를 만들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일러스트 작품과 그림 등을 걸어 따뜻한 분위기를 구현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2길 9)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베어 브루잉 탭하우스’는 수제 맥줏집이다. 바로 옆에 있는 문베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판다. 문을 연 지 이제 2주가 조금 넘었다.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있는 펍 등에서 일했던 롭 티틀리가 근무하는 곳이다. 서지은 매니저는 고성으로 간 이유를 설명했다. “태백산맥에서 흘러나오는 고성의 지하암반수는 깨끗하고 부드러워 우리가 추구하는 맥주를 제조하기에 적합합니다. 맥주의 95%는 물이기에 수질은 매우 중요하죠.” 맥주 ‘금강산’, ‘한라산’, ‘백두산’ 등을 판다. 만든 맥주에 우리 지명을 붙였다. 펍에서는 양조장 내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총130석 정도로 공간이 넓다. 양조장은 고성에서 보기 드물게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곳으로 연간 450만ℓ의 맥주를 생산한다. 지난 12일부터 맥주 시음이 포함된 유료 브루어리 투어(40분 투어에 1인당 1만7000원)도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원로 266)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양 서핑 문화는 우리가 시작

양양의 핫 플레이스는 단연코 서핑 숍이다. 양양에 서핑 인구가 몰리면서 숍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스타일도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저녁의 바비큐 파티를 여는 패키지형 관광 서핑 숍도 있다.

‘타일러 서프’는 양양 죽도해변에 서퍼들이 모이기 시작한 2014년께 연 서핑 숍이다. 그때만 해도 양양 서핑 문화는 겨우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초창기였다. 2008년 처음 양양군 죽도해변을 찾은 김종후(47) 대표는 서핑하러 왔다가 바다의 매력에 빠져 퇴사하고, 아예 서핑 숍을 차렸다. 김 대표는 “음식과 음료도 즐기면서 해가 지면 음악과 영상을 공유하는 서퍼들의 클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해변에 플라스틱은 버리지 않기’라는 서퍼들의 규칙도 초보자에게 알려준다. 서핑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서핑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거다. 타일러 서프는 한 번에 4~5명 정도만 참여하는 소규모 레슨만 진행한다. 4인 기준 2시간 레슨에 1인당 8만원이다. “거대한 바다에 나가 서핑보드 하나에 의지하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해요. 그 순간에 희열도 느껴지지요. 수강생들의 표정에서 그 순간을 발견하면 기쁩니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65)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프클럽 젯시티’는 동호해변에 있다. 부산에서 서핑을 시작한 박부근(46) 대표는 직장인의 삶보다 서퍼의 생활이 좋아 양양에 정착했다. “마음이 허할 때마다 바다에서 위안을 얻었어요.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이곳에 왔죠.” 질 좋은 파도를 찾아 전 세계를 다닌 그다. 열정적인 서퍼답게 그가 연 서프클럽 젯시티는 활기가 넘친다. 그는 “8월 말부터 진짜 서핑의 계절이 시작된다”며 기자에게 와볼 것을 권유했다.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선사유적로 316-20)

사진도 찍고 맥주도 마시고...양양의 ‘힙’한 바

해가 저물면 양양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된다. 대낮 태양 아래 뜨거워졌던 몸과 마음을 밤에 시원한 술과 음악으로 달래는 이들이 많다. ‘시크릿 스폿 서프 클럽’은 앞 글자를 따 ‘에스에스에스시’(‘S.S.S.C)라고 부른다. 지난 7월 생기자마자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이곳은 초등학교 교실 한 개 정도의 크기에 10여개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를 비치한 편집숍이다. 서울의 유명한 패션 거리 숍 저리가라 할 정도로 세련된 옷들이 가득하다. 맥주나 칵테일도 판다. 저녁이 되면 이 숍이 운영하는 볼 파크(스케이트보드 타는 시설)에 맥주 한 잔 든 이들이 모여든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해송천로 1)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글핀 에일웍스’는 양양의 터줏대감 격인 크래프트 맥주 펍이다. 서핑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2015년 문 열었다. 하조대해수욕장 앞에 있다. 크래프트 맥주 10여종과 피자를 판다. 서핑을 즐긴 뒤 맛보는 맥주 한잔은 꿀맛이다. 이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이곳을 찾는 서퍼들이 많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2길 48-42)

서퍼들이 젖은 몸을 끌고 갈 만한 카페도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인테리어가 세련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란 뜻) 명소로 유명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바리스타 경력을 쌓은 이가 커피를 제조한다. 작은 숙소도 겸비한 이곳에서는 피자도 구워 판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길 60-7)

한겨레

고성·양양(강원)/글·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