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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세계타워] 국민 입장서 본 反日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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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대응보단 국익 우선으로 따져봐야

“이렇게 엄중한 때에 일본 다녀왔다고요? 혹시 친일파 아니세요?”

연초부터 계획한 여름 휴가지로 일본을 다녀온 후 주변 사람들한테서 자주 들은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본을 미워해야 하는 맹목적인 군중심리에 호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을 강요받곤 한다. 일본에 대해 객관적 시각이나 긍정적 단면을 거론하면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한 친일파(親日派)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세계일보

신동주 경제부 차장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실효성 여부를 떠나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극단적 대결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국가 지도층이 오히려 맹목적 애국주의와 결사항일을 부추기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거북선, 이순신 장군, 죽창가 등 항전의 상징물들과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사가 어우러지며 우리 국민이 감정적인 반일 전쟁에 휘말려드는 것 같아서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듯해 보이는 집권세력의 반일 전선 전략은 그들의 손익계산서에 플러스(+)를 가져다 주고 있다. 이 전략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쟁의 여부와 별개로 정부의 경제 실정, 북한 비핵화 외교 실패를 덮는 상징조작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반일의 손익계산서는 우리 정치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반일 캠페인에 편승해 여행, 상품 등 일본 불매 운동을 벌인다 해서 국민의 실익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민족적 자존심 앙양이라는 ‘정신적 승리’ 정도라고나 할까. 설사 정신적으로 승리했다 해도 맞불 보복으로 일본에 타격을 주기 어려운 우리 경제구조에서 일본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문제도 돌이켜 봐야 한다. 오는 24일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맹방인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반이다.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할 장치이기도 하다. 러시아, 중국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제 집 안방 드나들 듯하는 안보 현실에서도 정치권은 지소미아를 일본에 타격을 줄 카드로 여기는 기괴한 셈법을 하는 듯하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유토피아적 평화경제’ 설파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화답했다. 우리 군은 주적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사거리도 판정 못해 쩔쩔매는 한심한 집단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위정자들은 일본을 주적으로 삼고 우방인 미국과는 결별하려는 듯해 보인다. 경제와 안보를 이렇게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일본과의 관계를 임진왜란, 조선총독부 시기와 다름없는 것으로 여기며 반일을 부르짖는 이들은 1945년 패망한 일제, 그 소산인 친일파를 주권국 대한민국 시대의 광복절에도 남발하는 시대착오적 현실인식에 갇혀 있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 어두운 나머지 글로벌 패권국도 분간하지 못한 채 망국을 초래했던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떠오른다. 100여년 전 영국과 미국, 일본의 역학관계를 간파하지 못해 러시아와 동맹을 맺으려 한 외교 실패자 고종과 그 각료들이 숭고한 광복절 내내 우리 지도층과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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