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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사설] 한일 외교, 그래도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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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려다가 막판 전격 취소해 버려 아쉬움을 키운다. 양측은 당초 16~17일께 동남아시아 한 국가에서 비공개로 만남을 추진했는데 국내 언론에 공개되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일본으로부터 취해진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된 고위급 외교당국자 간 만남인 만큼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회담 장소를 제3국으로 정한 것도 중립지대에서 결과에 상관없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해보자는 취지였을 텐데 여의치 않게 돼버렸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와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 우리도 수출절차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맞대응을 하는 등 양측의 대결은 식지 않고 있다. 일본의 민간TV 출연자들이 혐한 발언을 쏟아내고, 한국에서는 TV와 관련된 기업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서는 식의 감정적 충돌도 가열되는 중이다. 하지만 외교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양국 지성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데다 외교당국 간에는 해법 모색을 위한 협의는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차관 회담 추진은 비록 불발됐더라도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일본은 한국 정부에서 내미는 손을 좀처럼 잡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우리가 두 차례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일본 측 고위 인사를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국장 간 협의,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수석대표 간 대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담 등 일련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추가 조치를 멈추고 외교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미국의 중재성 제안도 일본은 걷어차 버렸다. 양국의 상황 인식과 해법이 워낙 다르니 쉽게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법을 찾기 위한 외교당국 차원의 접촉은 공식, 비공식 혹은 당국자의 직급을 따지지 말고 다각도로 추진돼야 한다. 다음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한·일·중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간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조율되고 있다는데 이들의 공식 대좌에 앞서 실무급에서의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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