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경제 보복 등으로 한국 경제가 움츠러들면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 편성에도 분명히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세수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올해 벌써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한데 내년 예산을 60조원가량 더 증액하면 재정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렇다고 증세를 하면 민간 자금을 흡수해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와 여당이 경기 위축을 막고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뚜렷한 사용계획을 갖고서 예산을 증액하려 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것도 아니다. 지난 6월 정부 각 부처가 내년에 필요하다고 요청한 예산은 498조원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예산은 이보다 10조~30조원 많다. 이 돈을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는 이제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보건·복지·노동 예산을 대폭 늘려왔다. 그에 비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연구개발(R&D) 예산은 가급적 억제해 왔다. 이처럼 선심성 돈잔치를 앞세우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인 예산정책을 계속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더 추락하고 말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 세금을 총선 전략에 사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예산편성 방안이 무엇인지 보다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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