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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혼돈… 정치권은 “네탓”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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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매도에도 페소화 가치 급락

선거승리 좌파후보 “끔찍한 정부 탓”… 마크리 대통령 “좌파 재집권 우려 탓”

11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내세운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의당 후보(60)의 대선 예비선거 승리 후 이틀 연속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페소화 가치는 전일 대비 4.8% 하락한 달러당 55.65페소로 마쳤다. 하루 전 17.0% 급락에 이어 이틀째 하락이다.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이틀간 보유 달러 2억55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 팔았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일부 금융 전문가는 페소 가치가 달러당 70페소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다만 주식시장의 메르발 지수는 전날 37.9% 폭락에서 10.2% 상승으로 급반등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12일 금융시장 폭락 원인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집권 공화주의제안당 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60)은 “금융시장 폭락은 (좌파 집권 후) 벌어질 수 있는 일의 예다. 세계가 이를 아르헨티나의 종말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등 임기 중 발생한 경제난이 좌파 정부 12년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주장한다. 페르난데스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66·2007∼2015년 집권), 그의 전임자 겸 남편인 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반면 페르난데스 후보는 “마크리 정권이 IMF 빚을 상환할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 금융시장 폭락은 나의 예비선거 승리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가 끔찍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할 유일한 사람은 마크리 대통령”이라고 맞섰다. 그는 이웃 브라질의 극우 성향 최고 권력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비판했다.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인종주의자이자 여성혐오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 정부가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1년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남미 관세동맹 메르코수르는 6월 말 EU와 FTA 체결에 합의했다. 하지만 선거 유세 중 ‘남미 좌파의 거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만난 페르난데스 후보는 “FTA를 수정해야 한다. 현 합의는 아르헨티나 산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며 집권 후 대대적 궤도 수정을 예고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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