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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6·25전쟁 고아 돕던 '전설의 恩人' 버켄 여사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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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켄장학회 이사장 백도웅 목사, 뉴저지 출생 '버켄' 기록 찾아나서

조선일보

"매들린 버켄(Ber kan) 여사에 대해 아시는 분은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최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버켄장학회 이사장 백도웅〈사진〉 목사는 "어렵던 시절 우리를 도운 은인을 꼭 기리고 싶다"고 신신당부했다. 버켄장학회는 1968년 버켄 여사가 한국 개신교계에 기부한 기부금을 종잣돈으로 6·25전쟁 고아의 학업과 직업교육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문제는 버켄 여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막연히 버켄 여사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의 아내이며,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기부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구전(口傳)으로 전할 뿐이었다. 기부금 액수도 5만달러부터 10만달러까지 여러 설이 돌았다. 자세한 생애도 모르고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는 '전설의 여인'이었다.

최근 총신대 박영규 교수의 조사로 버켄 여사에 대한 정보는 조금 더 구체화됐다. 1878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사범대학 졸업 후 교사와 교감으로 근무했으며 1957년 별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모은 전 재산 8만1559달러를 사무엘 마펫 선교사(평양신학교 설립자) 가족을 통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사후 10년이 지나 장학회가 설립된 과정은 아직도 물음표다.

조선일보

버켄장학회는 초창기 활발히 활동했다. 우열성(미국명 스탠츤 R 윌슨) 선교사가 1982년까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한경직·이태준 목사 등도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1968년 전국 60개 고아원에서 추천된 36명이 직업훈련을 받고 20명이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1973년까지 538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장학회 이사장은 성갑식 목사(1982~1994), 김암 장로(1994~2008), 이승하 목사(2008~2017)를 거쳤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지낸 백 목사가 이사장에 취임한 것은 2017년. 버켄 여사 기부금의 이자로 유지하던 장학회는 기금이 소진되면서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백 목사는 이사장 취임 후 모금 활동을 펼치며 기독교회관 1층에 복합 문화 공간 'COR'를 개설하고 탈북 청소년의 학업을 돕는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백 목사는 "50년 전 한국의 전쟁고아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한 고마운 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잊고 지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미국 장로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당시 버켄장학회를 통해 도움을 받은 분들의 연락도 기다린다"고 말했다. (02)763-7936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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