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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일사일언] 미국의 인구가 7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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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주희 EBS PD·'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저자


'강대국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던 2013년 여름의 일이다. 책 '소프트파워' 저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를 인터뷰했는데,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

한 국제회의에서 그의 오랜 친구인 리콴유 전(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을 때 나이 교수가 "언제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 같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리콴유 총리는 "중국은 결코 미국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를 물으니 "중국의 인적 자원은 13억명이지만 미국의 인적 자원은 70억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물론 13억명은 중국의 현재 인구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는 70억명이 아니라 3억명을 조금 넘는다. 그런데도 미국의 인적 자원이 70억명이라고 대답한 건 미국의 이민 정책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 덕분에 미국은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고, 따라서 미국의 인적 자원은 전 세계 인구인 70억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가진 힘은 대부분 이민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는 시리아 출신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이다. 최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강철왕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 출신이고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출신이었다. 사실 이민자 출신 가계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국은 애초에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이야말로 미국이 가진 진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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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인터뷰도 벌써 6년 전쯤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미국도 많은 변화를 겪었고 미국 특유의 개방적 이민 정책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미국의 개방성이 앞으로도 유지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개방성을 잃는다면 미국은 아마 3억명으로 13억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주희 EBS PD·'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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