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오은영의 '토닥토닥'] 혼난 아이가 "엄마, 싫어" 하는 건 '나 속상해요. 슬퍼요'라는 의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어린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예뻐요" 혹은 "미워요"라고 하는 말은 액면 그대로의 뜻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이의 말은 그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

감각이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가 있었다. 상담을 하던 중 아이는 마시던 물을 옷에 엎질렀다. 옷이 젖자 아이의 기분은 아주 나빠졌다. 그리 많이 젖지도 않았는데, 옷을 벗겠다고 난리였다.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이럴 때 "축축해서 싫지. 그런데 벗으면 감기 걸려서 안 돼. 원장님이 말려줄게" 하면서 헤어드라이어를 가져온다. 진료실에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헤어드라이어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예민한 아이들은 기계 소리를 싫어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드라이어를 켜기 전 소리를 흉내 내며 아이를 안심시킨다. "걱정 마. 원장님이 싹 말려줄게. 윙~ 윙~ 말려줄게."

이렇게 젖은 옷을 말려주면 아이들은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리고 느닷없이 "원장님, 예뻐요"라고 말하곤 한다. 정말 예쁘다는 말이 아니다. '내 마음을 알아줘서 원장님 좋아요. 나를 편안하게 해줘서 나는 마음이 참 좋아요'라는 뜻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혼이 나다가 "엄마, 미워" "아빠, 싫어"라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 속상해요. 마음이 불편해요. 슬퍼요'라는 뜻이다. 아이의 말에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도 아이가 부모를 근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면 한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