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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배달원에겐 종교가 있다" 인도, 21세기 세포이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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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고기 배달 싫다" 파업

1857년 영국 동인도회사에 고용된 인도 용병들이 영국군을 상대로 봉기를 일으켰다. 세포이 항쟁이다. 쇠기름과 돼지기름이 칠해진 화약 주머니에 입을 대게 했다는 것도 항쟁의 이유 중 하나였다. 소는 힌두교도의 금기, 돼지는 무슬림의 금기이기 때문이다. 제2의 세포이 항쟁으로 부를 만한 사건이 최근 인도에서 발생했다.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 시각)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에서 음식배달앱 조마토의 배달원 일부가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 배달을 거부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힌두교 배달원은 쇠고기 배달을 거부했고, 무슬림 배달원은 돼지고기가 든 음식 배달을 거부한 것이다. 조마토는 이날 "다양성이 강한 인도에서 채식과 육식을 구분해 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파업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州)에서 한 힌두교 고객이 "힌두교 신자가 아닌 이가 배달한 음식은 받지 않겠다"며 무슬림 배달원을 거부하고 주문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자 조마토 측은 "음식에는 종교가 없다"고 자사의 배달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음식엔 종교가 없다'는 회사 입장과 달리 "배달원에겐 종교가 있다"는 주장이 배달원 사이에서 퍼진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금기시하는 육류가 들어간 음식을 배달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파업에 참가한 한 배달원은 "회사가 우리의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말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집권 여당 인도인민당이 이 파업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간 인디안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배달원들의 파업 집회에 인도인민당의 현지 고위 당직자가 참가했다. 힌두 민족주의가 대두하는 현재 상황에서 '탈(脫)종교' 운운한 조마토가 타깃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매체 더퀸트는 "이는 '음식에는 종교가 없다'는 조마토를 향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벵골주 정부는 "회사는 종업원의 종교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뉴델리=장형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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