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
지난달 말에 "한·일 갈등이 총선에 긍정적"이란 내용으로 파문이 일었던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보고서와 관련해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출처가 A조사회사의 '7월 정례조사'라고 했다. 이 조사회사는 정례조사 직후 한·일 갈등 관련 2개 문항을 제외한 대통령·정당 지지율 등 나머지 17개 문항을 '자체 조사' 결과라며 언론에 공개했다. 민주연구원이 보고서에서 사용한 여론조사는 같은 조사에 포함된 비공개 2개 문항이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A사는 "민주연구원에 자료를 준 적이 없다"고 했고, 민주연구원은 "경위를 확인 중"이라며 어물쩍 넘어갔다.
조사회사의 주장이 맞는다면 민주연구원이 자료를 몰래 빼다 썼다는 것이다. 당연히 위법 소지가 있지만 조사회사는 대응 여부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계에선 "비싼 돈을 들여 조사한 자료를 공짜로 외부에 주진 않는다"며 "조사 비용을 받았거나 차후 여당의 총선 여론조사 참여 보장 등 보상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외부에 말하기 어려운 거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A사가 언론에 공개한 7월 정례조사의 나머지 문항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이 문항들도 민주연구원과 교감(交感)하에 조사된 것이라면 여권(與圈)의 입김이 작용한 민감한 내용의 정치 여론조사가 객관적인 여론조사로 포장돼 언론을 통해 유포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정당이 의뢰한 여론조사는 공표·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문항들 중에는 '총선에서 찍을 정당 1위 민주당, 절대로 찍지 않을 정당 1위 자유한국당' 등 여권에 유리한 게 많았다. 대통령 지지율은 51%였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기 한참 전이었지만 그에 대해 호의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법무부 장관으로 비검찰 출신을 다수(51%)가 선호했고, 조국 장관 임명도 찬성(48%)이 반대(40%)보다 높았다. 이 조사회사는 이전에도 여권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6월 조사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를 잘했다' '윤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 최적임자' 등이 각각 52%로 과반수였다. 3월에는 '김원봉 독립유공자 훈장 수여' 찬성(60%)이 반대(34%)를 압도했다.
최근 들어 정치권과 조사회사의 연결 고리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민주연구원 보고서의 '여론조사 미스터리'는 반드시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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