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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승강기 고정볼트 해체 탓?…속초 공사장 참사도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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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층 아파트 공사장서 추락 참사

3명 숨지고 3명 다쳐…형제 참변

볼트부터 먼저 풀어둔 탓 추정

주민 “소음·진동 등 관리 허술”



한겨레

14일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자재·노동자 등을 나르는 공사용 외벽 승강기(호이스트)가 추락해 탑승자 3명이 숨지고, 바닥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기를 지탱하기 위해 바깥벽에 세워놓은 철길 형태의 구조물(마스트)의 볼트를 다른 작업자가 미리 풀어놓았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승강기 철거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아침 8시28분께 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공사용 승강기가 추락하면서 타고 있던 변아무개(37), 함아무개(34), 원아무개(22)씨 등 3명이 숨졌다. 바닥에서 일하던 변아무개(34)씨는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한 변씨와 다친 변씨는 형제 사이다. 함께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ㅇ(42)씨 등도 다쳐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후 자취를 감췄다.

목격자들은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최아무개씨는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콰광’ 하는 소리가 나서 난리가 난 줄 알았다. 이어 비명과 구급차 출동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사고 현장에선, 추락한 승강기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구겨져 있고, 아파트 외벽에 설치됐던 승강기 지지용 레일은 반쯤 뜯겨 있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31층 고층으로 속초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다. 2017년 2월 착공해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창현 속초시청 건축과 주무관은 “이 현장에선 그동안 별 사고가 없었고, 안전관리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공사를 하면서 심한 진동, 소음, 먼지 등으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했다. 주변 안전관리도 제대로 안 돼 주민과 마찰이 잦았다. 시공사 쪽과 소송을 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속초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으며, 안전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최형욱 속초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 소장 등 공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감식·조사 결과를 보고 입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승강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바깥벽에 밀착 연결돼 위아래로 움직이는 승강기를 잡아주는 구실을 하는 이른바 마스트 연결 부위 볼트를 다른 작업자가 미리 풀어놓은 게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확인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지 기상 사정 때문에 12~13일 이틀 동안 승강기 해체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이 기간에 누군가 마스트와 마스트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볼트를 빼놓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승강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누가 무슨 이유로 볼트를 뺐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체 과정의 순서를 지키지 않은데다 관리·감독이 없었던 게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강기 추락 사고는 2년 전에도 있었다. 2017년 7월 경기도 광주시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1층 높이의 리프트가 추락해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이 사건도 승강기를 지지하는 마스트 해체 과정에서 연결 볼트 해체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이승현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보통 2층마다 바깥벽과 승강기용 마스트를 연결하는데, 이번 사고 현장에선 4층마다 하나씩 연결한 듯하다”며 “현장에서 보면, 바깥벽에 타일 같은 것을 붙이면서 올라가다가 그 자리에 마스트를 외벽에 고정해주는 지지대가 있는 경우 ‘지지대를 해체해도 되겠지’ 하고 해체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지지대가 충분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원청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올해 전면 개정돼 내년에 시행되는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이번에 사고가 난 승강기나 타워크레인의 현장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 회사가 지도록 하나, 현행법은 그렇지 않다.

속초/오윤주, 전종휘 조혜정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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