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한-일 관계 재정립과 각국의 셈법
전후체제 벗어나 ‘강한 일본’ 야심 동북아 흔들어
미국과 함께 중국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역사 재해석 가로막는 한국은 의도적 따돌리기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반발해 대한국 경제보복 조처라는 강경 대응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동북아의 지정학을 바꾸려는 구상을 한걸음 한걸음 추진해왔다.
아베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정부는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 ‘강한 일본’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강대국 일본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재무성과 외무성의 영향 아래 있던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고, 국방 예산을 확대하고, ‘정상국가’ ‘보통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중국에 맞서고자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 중인데 이 전략은 미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아프리카, 영국까지 포괄한다. 일본이 최근 프랑스, 영국 등과 합동 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도 이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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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일 동맹의 그늘 아래서 전후 경제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패권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과의 갈등이 본격화하자 독자적인 안보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대중국 봉쇄전략을 계속 진전시켰다. 1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06년부터 일본 정부는 인도와 전략적·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2007년에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두 바다의 교류’ 구상을 내놨다. 2012년 12월 출범한 2차 아베 내각은 이런 구상을 더 발전시킨 ‘민주주의 안보 다이아몬드’(인도양과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미국을 연결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전략 공간 설정) 구상을 추진한다. 2010년 중국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을 경험한 뒤다. 2016년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고 미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여기에 뜻을 함께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이 구상을 미국의 국가전략에 이식했다. 이 지역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법에 따른 해양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중국의 대양 진출을 봉쇄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아베 내각의 이러한 지정학 속에 한국은 어디쯤 있을까. 여러 전문가는 “한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에서는 한국이 아세안 국가들보다 더 후순위”(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한테 한국은 시장경제,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이고,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관점에서도 우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는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고 ‘안보상 믿을 수 없는 국가’라는 이유를 내세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파기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전후체제 청산을 기치로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아베 내각에 치명적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스스로 장기적인 세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예전의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대륙을 봤지만 현재 일본은 태평양을 통해 전세계를 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일본의 인도·태평양전략이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든 우리의 필요에 따라서만 참여하면서 우리 독자적으로 지구적 차원의 비전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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