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은 식민지역사박물관 학예실장 |
“최근 일본 아베 정부와 우익 세력을 보면 광복 후 7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민지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죠.”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의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만난 김승은(48) 학예실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국내 최초로 일제강점기 식민지 역사에 초점을 맞춰 꾸려진 이 박물관은 오는 29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김 실장은 “지난해에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돼 전쟁이 정말 끝날 것 같았는데 1년 만에 식민지 역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시민 1만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17억원 등으로 개관한 이 박물관은 1년간 약 1만 6000명이 찾았다. 소장하고 있는 근현대사 관련 유물만 3만점 이상이다. 일본 시민단체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청일전쟁 기록화, 야스쿠니 신사 관련 자료 등 현재 전시 중인 400점 중 30% 정도가 일본 시민들이 박물관에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이다.
실제 박물관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민초들이 일제의 차별과 수탈에 분노해 만세 운동에 나가는 등 조국 독립에 앞장섰음을 증명하는 사료도 있다. 1919년 3·1운동 당시 함경도에서 발견됐다는 독립선언서가 그중 하나다. 김 실장은 “서울 종로에서 인쇄된 독립선언서가 보름 만에 함경도까지 퍼졌고, 당시 독립운동이 아주 활발히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측은 ‘내가 역사의 증인이다’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강제동원된 이들의 증언 영상과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손 글씨 다짐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후대의 시민들이 역사를 돌아보고, 스스로 ‘내가 증인’이라고 외치며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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