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 R&D 현장에 답있다]출연연 연구자 릴레이 인터뷰①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KIST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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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번 기회에 연구개발(R&D)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도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같은 원천기술을 결집해 기업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반도체 분야에 이런 선순환이 작용했다면 지금처럼 일본에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 이후로 가장 바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물론 타 국책연구기관 중에서도 '반도체'라는 이름을 걸고 연구하고 있는 기관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정부나 민간 등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있다.
장 소장은 최근 <뉴스1>을 만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선도적으로 연구개발한 성과를 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KIST와 민간이 함께 개발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가능성을 보고 기업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엠램'(M램) 사례를 언급했다. 엠램은 저장을 위해 자기를 사용하는 메모리다.
장 소장은 "2006년쯤 KIST와 삼성·SK하이닉스가 함께 당시 속도가 D램처럼 빠르지만 전원이 나가도 비휘발성을 유지하는 M램 개발에 성공했고 바로 기업들이 이 기술에 신속하게 투자하면서 당시 에스램(S램)을 획기적으로 대체하는 M램을 삼성이 최초로 대량 양상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출연연이 선제적으로 원천기술에 몰두하면 재빨리 기업이 이어 받아 상업화에 성공한 케이스를 언급하면서 출연연과 기업간 기술 공급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에서도 결국 R&D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기업 수요자에 대한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소장은 "좋은 기술이 기업으로 잘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번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대안에서도 산업계가 협의하는 것인지 여부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출연연을 포함해 대학·대기업 등 연구 주체들 간 유기적인 협업 체계가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응책으로 무작정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장 소장은 "무작정 관련 분야에 돈을 붓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급조된 예산을 급하게 쓰는 것을 세금을 내는 나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 소장이 이끌고 있는 KIST의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기존 일본 반도체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리콘 반도체의 웨이퍼 생산이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일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이러한 일본산 웨이퍼를 대체할 신기술을 KIST 차세대 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는 사실 성능이 올라가면서 전력도 높아지는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이에 실리콘 반도체가 아닌 차세대 반도체인 화합물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약 10여개의 화합물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중 실리콘 대신 '갈륨-비소'를 이용한 반도체 웨이퍼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보다 속도는 10배나 빠르고 전력 소모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결국 상용화가 문제인데 KIST는 상용화에 앞서 이러한 연구의 프로토타입(성능검증)을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 문제에 대응해 약간 전략적으로 연구개발 시기를 앞당긴 것.
사실 차세대반도체 연구분야를 이끌고 있는 연구자로서도 사실 이번 사태에 즉각적으로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사실 이번 수출 규제 문제는 소재의 문제인데 우리 연구소는 소재보다는 시스템적인 부분을 연구하다보니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 "여러 화합물 반도체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니 곧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이번 사태는 결국 '반짝' 관심을 받고 끝나서는 안된다"면서 "결국 R&D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자부심을 끌어내주고 꾸준한 관심을 통한 안정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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