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시설 등 조성 위해 철거…"아픈 역사 시설 철거 아쉬워"
미쓰비시 줄사택 |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합숙소였던 '미쓰비시 줄사택'이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기 위해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미쓰비시 줄사택이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로 가치가 크다며 잇따른 철거 소식에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15일 인천시 부평구에 따르면 부평동 미쓰비시(삼릉·三菱) 줄사택 9개 동 가운데 3개 동은 이미 철거됐다.
구는 2017년 12월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 대상 부지에 있는 줄사택 2개 동을 철거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행정복지센터 건립 대상 부지에 있는 줄사택 1개 동을 철거했다.
구는 또 줄사택 부지에 주차장 조성 계획에 따라 추가로 2개 동을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된 미쓰비시 줄사택 부지 |
구는 당초 줄사택 일부를 보존해 이곳에 박물관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더욱 굳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주민 반발 때문에 해당 계획을 접었다.
구는 철거 이후 남게 되는 줄사택의 보존 여부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구는 일단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학계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철거 대상인 줄사택을 실측해 현황도면을 작성했다.
또 지붕 기와와 목구조 건축재 등을 보존 처리해 올해 중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줄사택을 지금 있는 현장에 그대로 보존할지는 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픈 역사도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철거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차장 조성이 계획된 지역의 줄사택은 보존 상태가 우수해 더욱더 아쉬움이 크다"며 "전시를 하더라도 건축물이 일부라도 그 자리에 없으면 기억은 다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단 1채라도 남겨서 평화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 노동자가 거주했던 곳이다.
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대부분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으로 추정돼 줄사택은 당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줄사택은 일제가 한반도를 병참 기지화하면서 건축재료를 제한한 흔적이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존 처리하는 미쓰비시 줄사택 기와 |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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