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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르포]'리뉴얼은 왜 했나' 텅빈 유니클로…구경만 해도 싸늘한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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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던 1년 전과 전혀 달라

한국인 사랑받던 '국민 브랜드'의 몰락

日정부가 초래…경솔한 임원 발언·무성의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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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7시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리뉴얼 오픈이 무색하게 텅 빈 매장에 직원수보다 방문객수가 적었다. 사진=차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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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옛날 유니클로 감사제 기간이라도 되면 여기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복작댔어요.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건지 단골손님으로서 현 사태를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듭니다."(유니클로 매장에서 만난 27세 대학원생 유소영씨)


지난 7일 저녁 7시 용산 아이파크몰. 열대야가 한창인 만큼 더위를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쇼핑몰로 모여든 손님들로 내부가 꽉 찼다. 평일 저녁이지만 가족, 연인 단위 방문객들이 넘쳤다. 캐주얼 패션 브랜드들이 모인 패션관 2층 역시 신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슈펜부터 종합 패션 편집숍인 원더플레이스, 여성의류 편집숍 더 트위, 의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까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패션관 같은 층 유니클로 매장 앞 분위기는 싸늘했다. 밝은 조명 아래 임시 가림막과 함께 '리뉴얼 공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먼저 시작된 리빙관 쪽 매장 공사가 완료돼 패션관 쪽 공사가 시작됐다는 것. '공사 중'이라는 내용이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 있지만 쇼핑몰 방문객들은 셔터가 내려진 매장 모습 자체에 더 관심을 갖는 눈치였다. 일부는 매장을 배경으로 '불매운동 성공' 의지를 담아 인증 사진을 찍거나 굳게 닫힌 매장 안을 애써 들여다보려 했다. 70대 남성 노인은 스마트폰으로 안내판을 촬영하면서 기자에게 "정말 불매운동 때문에 문을 아예 닫은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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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7시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리뉴얼 오픈이 무색하게 텅 빈 매장에 직원수보다 방문객수가 적었다. 사진=차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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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리뉴얼 공사가 불매운동과 관련이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정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리뉴얼 공사는 예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9월 재오픈 예정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과 마찬가지로 용산 아이파크몰점도 재오픈 시점은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매 브랜드인 GU 2·3호점 오픈 계획에도 현재로선 변경이 없다는 것. 한일 양국 관계에서 비롯된 정치적 영향은 없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리빙관 쪽 입구로 발길을 돌렸다. 예상대로 유니클로 매장은 텅 빈 채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리빙관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감안한다 해도 넓고 깨끗하게 손질된 매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손님이 두드러졌다. 방문객은 4명의 남성 말레이시아계 관광객과 두어명 남짓한 젊은 여성 고객뿐이었다. 매장 직원수와 비슷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20대 여성 고객은 "원래 단골이었어서 기본 블라우스 몇 벌 사러 왔는데 조금 마음이 불편하다. 비슷한 가격의 대체제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하듯 말했다. 실제 매장 중앙을 관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방문객들은 매장 내 구경하는 손님들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귓속말을 했다.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선 행위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된 셈이다.


2011년 개장한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한 때 국내 최대 매장으로 꼽혔을 정도로 상징적인 장소다. 유니클로 브랜드 자체도 심플한 매력으로 국내 남녀노소 나이불문 다양한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백화점 중 일부가 정기휴일이 있는 주를 예외적으로 변경해 집객 효과가 큰 유니클로의 세일 행사를 의식했다는 웃지 못할 의혹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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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7시 용산 아이파크몰 신발 SPA 브랜드 슈펜. 유니클로 불매운동 여파에 세일기간이 겹쳐 평일 저녁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구경하고 있다. 사진=차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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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뒤흔든 것은 7월 아베 정부가 펼친 일명 '1차 경제 보복'인 무역 규제다. 뒤이어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에서 임원의 경솔한 발언이 분노에 불을 지폈다. 그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그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니클로 코리아와 패스트리테일링이 일부 언론을 통해 사과문을 전달한 점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분을 샀다. 공식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사과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유니클로는 뒤늦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어 최근 아베 총리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공식 제외하는 '2차 경제 보복'을 강행하면서 국내 반일 감정은 더 커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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