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역사박물관 등 역사시설 청년층 방문 증가
유튜브·영화도 '역사 콘텐츠' 인기…관련 영화 입소문
전문가 "역사에 동참·기여한다는 생각에서 비롯"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관람객들이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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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좁은 곳에 가둘 수 있을까?”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찾은 한 20대 연인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감옥을 재현한 공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겨우 한 사람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감옥에서 갇혀 지냈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내 숙연해졌다. 박물관 관람 후기를 남긴 포스트잇 게시판에는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역사에 더욱 관심을 두겠다”, “역사를 소중히 대하는 교사가 되겠다” 등 청년들이 남긴 다양한 문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청년들, ‘역사 관심’ 분위기…박물관·시설 찾아
한·일 갈등이 점점 심화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역사를 알자’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루하게 생각했던 역사가 청년들에게 일종의 ‘핫 아이템’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견학 목적으로 주로 찾던 박물관에 친구, 연인끼리 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찾은 대학생 유준일(26)씨는 “전남에서 친구 5명과 함께 서울 여행을 하던 중 들렀다”면서 “최근 한·일 갈등 상황이다 보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이모(25)씨는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렀다”며 “공부를 하다 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이곳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일본과의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수가 50명 정도였으나 최근 200명 이상 오고 있다”며 “20대 청년들과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이번 주엔 광복절이 있어서인지 관람객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고등학생들이 역사 관련 영상 제작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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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영화도 ‘역사 콘텐츠’ 인기…“역사에 동참한다는 생각에서 비롯”
청년층의 역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특히 일제 강점기 등 우리 근현대사를 다룬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관련 영화 개봉에 맞춰 역사 강사 설민석씨가 찍은 ‘봉오동 전투’ 강의 영상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3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직장인 오재헌(29)씨는 “학생 때는 역사 과목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요새 유명 역사 강사들의 영상을 재밌게 보고 있다”면서 “지루하지 않게 우리 역사에 대해 설명해줘서 즐겨 본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을 다룬 ‘봉오동 전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생애를 조명한 ‘김복동’, 일본계 미국인 감독의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본 ‘주전장’ 등 영화들도 청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30대가 즐겨 이용하는 SNS에서 해당 영화 제목을 해시 태그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의 관련 게시물이 등장한다. 앞서 영화를 본 청년 관람객들은 영화 포스터나 티켓 등을 SNS에 인증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을 독려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청년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두는 현상을 역사 의식이 적극적인 발현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험을 위해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역사가 현재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나 자신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생각을 최근 한·일 갈등 속에서 갖게 된 것”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고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관심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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