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으로 학생 꾀어 동료 교원 민원 대신 제기하도록 하기도
"교원은 높은 도덕성 요구돼…교원 본분 어긋나 품위훼손"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 뒤로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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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부정적인 강의평가의 작성자를 색출하려 한 것은 물론 학생을 금품으로 꾀어 동료 교수와의 갈등에 개입시킨 교수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대학교 학교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법인은 소속 대학교에서 2011년부터 계약직 조교수로 근무하던 B씨에게 2016년 10월 해임을 통보했다. 학교 측은 "B씨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교원으로서 품위 유지를 하지 않아 고용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해임 사유를 들었다.
B씨는 자신의 수업 방식과 언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강의평가의 작성자를 알아내려 시도하고, 학과장인 C씨가 자신을 음해한다고 주장하며 학생에게 금품을 주고 교육부 등에 C씨에 대한 민원을 대신 제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B씨가 동료 교수의 논문이 이미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해할 목적으로 합리적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검증을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C씨 및 학교와 관련된 허위 민원을 다수 제기해 학교 측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해임을 통보받은 B씨는 소속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봤다. 학교 측은 B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학교가 B씨를 해임한 이유로 든 징계사유 중 절반만 정당하다고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도 학교 측이 B씨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B교수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강의평가는 교원의 일방적인 교육을 지양하고 강의의 질을 증진하려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면 비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B씨의 태도는 강의평가 제도의 본질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 품위를 크게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나이가 어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금품으로 회유해 동료 교원과의 갈등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다"며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원의 본분을 저버린 행위로서 비난 여지가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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