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상반기 체감안전도 발표…설문 항목에 여성대상 범죄 반영 안돼
신림동 강간미수 SNS 영상속 남성 체포 (CG) |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 관련 안전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으며,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범죄안전도 격차도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경찰청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경찰의 체감만족도 조사가 현실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경찰청은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 상반기 체감안전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체감안전도는 74.5점으로 지난해 하반기(73.5점)와 비교하면 1점이 상승했다. 이는 2011년 처음 조사를 시행한 이후 최고점수다.
체감안전도 조사는 반기별로 일반인 2만5천500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범죄안전도와 교통사고 안전도, 법질서 준수도 등을 묻는 식으로 이뤄진다.
체감안전도 주요 평가항목인 범죄안전도는 80.3점으로 역시 최고점을 기록했다.
경찰청은 경찰관 증원과 탄력순찰 시행,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기법인 셉테드(CPTED) 확대 등 치안 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특히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범죄안전도 격차가 줄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상반기 남성의 범죄안전도 점수는 남성이 82점으로 여성(78.1점)보다 3.9점이 높았다.
범죄안전도 성별 격차는 크게는 7점 이상 벌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 폭이 크게 줄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국정과제로 지정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법제를 정비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해왔다"며 "경찰도 여성대상범죄 근절추진단·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출범하고 여성 관련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 안전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자화자찬·견강부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안전도 평가체계가 지엽적이고 여성 불안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범죄안전도 조사 항목은 ▲ 절도·폭력 등과 같은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 강도·살인 등과 같은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두 가지 항목으로 설계돼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에 대한 인식은 설문에 반영돼 있지 않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범죄안전도 성별 격차가 줄었다고 해서 여성이 체감하는 안전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범죄안전도는 범죄 유형, 발생상황, 피해자의 조건 등에 따라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여성들이 사회안전에 대해 크게 불안감을 느낀다는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결과"라며 "경찰의 발표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체감안전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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