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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규제의 피해는 결국 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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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니 결국 신종 갭투자가 나오는 것이죠."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은 서울과 수도권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거래가 급증한 것도 아닌데, 전세자금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이 은행의 분석 결과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었다. 이 은행이 파악한 전세자금 갭투자 방법은 이렇다. 수도권에 7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A씨가 있다고 가정하면, A씨는 이 집을 팔고 본인 자금 1억원에 전세대출 3억원을 얹어 4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한다. 나머지 6억원으로는 7억원 전세를 끼고 1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한다.

이 은행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1주택 보유자들 사이에 이런 전세대출 갭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과 갭투자자를 잡겠다고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자 새로운 갭투자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에서 40%로 축소했다. 그러다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이번에 분양가상한제를 들고나왔다. 정부는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경우 보유세 인상·양도세 부과 등의 규제까지 적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급등하는 집값을 누르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적용한 이후 집값 오름세는 꺾인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규제를 피해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전세대출를 활용한 갭투자처럼 말이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접은 사이 현금 부자들이 서울 중심지의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산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 경기 1주택자들까지 전세대출 갭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LTV 40%라는 허들을 넘는 것은 결국 자산가들이다.

정부가 이를 잡겠다고 전세대출을 규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 복지의 한 축이다. 섣불리 규제를 적용했다가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서민이다. 전세대출을 막으면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 대출 규제로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와 서민들을 살필 때다. 편법 갭투자를 일일이 막을 수 없다면 실수요자나 서민들에게 허들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투기과열지구는 최대 40%의 LTV를 적용하는 등 규제를 시행한 것은 차주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신혼부부·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에는 제한적으로 최대 80%의 LTV를 허용하는 등 한계 금융소비자에 대한 타겟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송기영 금융팀장(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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