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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은 동남아 국가 내에서 일제 강점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3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본의 침략 전쟁을 직접 겪은 이들의 증언을 담은 기획기사가 주목을 받았다. 현지 최대 영문매체인 '더스타'와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수년 동안 매년 전쟁의 생존자들을 찾아 일본군에 의한 기아, 강제노역, 고문·학살 사례를 집중 보도해왔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인기다. 말레이시아 작가 탄 트완 엥의 '해질무렵 안개정원,' 아우타시의 '하모니 비단공장', 셀리나 시악친요크의 '미래가 너무 가깝게 다가올 때' 등은 모두 혹독한 식민지 생활을 겪은 말레이시아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인도에서는 일본이 인도 마니푸르주 임팔을 침략한 '임팔전투'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팔 주민들은 지난 6월 26일 일본군 철수 75주년을 맞아, 병사들의 유품을 전시한 평화자료관을 개관했다.
자료관 설립을 주도한 유나무 라제쉬와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비참한 경험을 했는지 젊은 세대에 알리고 싶었다"면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팔전투는 1944년 일본군이 연합군의 아시아 거점인 임팔로 무리하게 진격하다 궤멸한 싸움이다. 당시 일본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 병사 5000여명도 동원했으며 인도 진출 거점으로 삼은 미얀마(당시 버마)에도 수탈을 자행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일제 강점기 당시 발행된 공문서 목록을 간행하고, 당시 포스터 등을 모아 기록을 남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아토미학원여자대학의 오가와 타다시 아시아학 교수는 "일제 강점기는 동남아 독립과 (국가) 정체성 확립의 역사와 관련돼 있다"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이와 관련한 기록을 남기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2차대전 이후 전쟁을 통해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동남아 국가들이 당시 자국을 침략한 일본에 대해서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려 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일본 전문가는 동남아 국가들의 일본 의존도가 줄면서 역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와세다 대학의 하야세 신조 동남아 역사학 교수는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었음에도 (일본의) 경제 지원이 우선됐다"면서 "최근 (동남아) 경제 성장으로 일본 원조의 중요성이 희미해진 것도 역사 인식을 바꾸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전까지만 해도 전 ODA(개발도상국 지원 자금) 규모 세계 1위였고, 지난해에도 4위를 차지했다.
하야세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동남아 10개국의 매체를 분석한 결과,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이후 일본 강점기에 대한 논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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