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주 ‘토막 여행’ 즐기는 국내 여행객...호텔 비수기도 사라져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핑 붐이 일면서 강원도 강릉과 양양 등이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프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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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소정(29) 씨는 광복절 다음 날인 16일 연차 휴무를 내고 3박 4일간 강원도 양양으로 서핑 여행을 떠난다. 김 씨는 "예전에는 일주일 정도 연차를 내고 해외여행을 갔는데, 요즘엔 금요일이나 월요일 연차를 쓰고 국내여행을 자주 간다"면서 "지방 곳곳에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 시설이 잘되어 있어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했다.
해외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과 함께 도심 근처의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 합성어)’ 등이 부상한 데 따른 변화다.
15일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호텔 숙박 예약률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강릉이 1528%로 성장세가 가장 높았고, 부산 426%, 제주 334%, 인천 212%, 서울 111% 순으로 집계됐다. 강릉 호텔 예약률이 급증한 이유는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핑 문화가 활성화하면서 강릉, 양양, 속초 등이 명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객들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 없이 짧게 자주 ‘토막 여행’을 즐긴다. 이를 두고 휴식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휴(休)라밸’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호텔업계는 예전엔 방학과 공휴일이 없는 3~4월과 9, 11월을 비수기로 여겼지만, 최근엔 비수기 예약률이 늘었다. 신라호텔의 경우 4월 패키지 상품 판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서울신라호텔의 올해 9월 예약률도 작년보다 20% 늘었다.
혼자 떠나는 ‘혼행족’도 국내여행을 선호한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이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혼행을 계획하고 있고, 이들 중 60%가 국내여행을 선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광복절을 맞아 선보인 ‘광복절 역사여행 10선’./문화체육관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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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불매운동도 국내여행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호텔 예약률이 증가한 지난 7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통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여행객 수는 각각 36.2%, 38.3% 감소했다.
국내여행 증가세에 맞춰 여행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이벤트로 여행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여가·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은 금요일 연차를 쓰고 국내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에게 프립의 액티비티 경비를 70%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통해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여행경비 지원 이벤트를 펼친다. 이달에는 광복절을 ‘광복절 역사여행’을 소개했다.
일본 불매운동에 편승해 반전을 노리는 곳도 있다. 강원 하이원리조트는 여행 해외여행을 취소한 고객에게 약 8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일주일 만에 완판했다. 이벤트 참여자의 80%는 일본 여행 취소자였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해외여행을 취소한 국민들에게 지역 축제 입장료나 시티투어 요금을 반값에 제공한다.
하지만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등 열악한 국내 관광 인프라는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요즘같은 성수기에 강원도 등 국내 휴양지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면 20만~40만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돈이면 동남아를 가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가제로 운영되는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의 이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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