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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심상찮은 외국인 수급…‘셀 코리아’ 언제쯤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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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코스피서 1.7조 순매도…반도체·제조·금융업 팔아

홍콩시위發 원화 약세 및 MSCI 지수 변경 우려 영향

“美경기침체 우려 해소·위안화 절상시 9월 수급개선”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외국인이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부과 연기로 양국 간 무역협상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경기불안 등 대내외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영향, 이달 말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이머징마켓(MSCI EM) 지수 변경으로 인해 당분간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 원·달러 환율 3년5개월 만에 최고치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7564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매도를 이어왔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지난 8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및 제조업, 금융업, 통신업 등을 집중적으로 처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005930)(-8915억원) △SK텔레콤(017670)(-962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960억원) △포스코(005490)(-954억원) △KB금융(105560)(-805억원) △현대차(-793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우선 원화 약세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14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50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21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날에는 원·달러 환율이 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1227.50원)로 급등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격화에 따른 우려가 증폭하면서 위안화 약세 흐름이 원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13일)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중간 환율을 전날보다 0.16% 오른 7.032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좋지 않은 것은 하나의 현상 때문이라기보다 글로벌 시장상황이 안 좋은데다, 홍콩 사태와 아르헨티나 증시 폭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원화 약세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외국인 수급에 걸림돌로 꼽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가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 높아졌다”며 “14일 장중 중국의 경제지표가 둔화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침체 이슈도 재부각됐고, 이 영향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피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 MSCI EM 지수 변경에 외국인 민감

외국인은 우리 증시가 MSCI EM 지수에서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수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높다.

그러나 그간 MSCI EM 지수에는 외국인 투자자격(증)을 갖춘 사람만이 투자할 수 있던 시장인 중국A주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점차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지수까지 새롭게 포함되면서 기계적으로 우리나라 비중이 줄어 외국인이 팔아야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경되는 지수는 오는 27일 종가부터 반영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MSCI EM 지수에서 중국 다음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줄어드는 비중도 커서 이 지수를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내다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추적 오차를 줄이려면 지수가 변경되는 날짜에 팔아야 되는데, 그날 팔아야 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다보니 매수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급 공백이 생기면서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지수 변경은 지난 5월 때보다는 충격이 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염 연구원은 “중국 A주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편입이 모두 반영됐던 지난 5월에 비해 편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과거 2번에 걸쳐 중국 비중(각각 2.5%)이 확대되는 경우를 되돌아보면 불확실성이 더 큰 1차 편입시기와 달리 2차 시기에서는 비중 조절할 때 ETF 자금들이 얼마나 나가는지 추정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된다면 외국인들의 수급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져야 하고, 그 다음에 외환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며 “미국 경기 침체 이슈가 완화되고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정책을 내세우며 위안화가 절상 폭을 확대(달러 약세)하면 이달 말 있을 MSCI EM 지수 변경에 따른 수급 불안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상무부가 베이다이허 회의(당·정 고위급 비밀회동) 이후 미국과 대화의지를 표명한 점과 미국 무역대표부가 관세 부과를 연장한 점은 ‘강대강’ 구도로 가는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며 “이를 통해 하반기에 양국 무역협상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대체적으로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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