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증시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거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예비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매매보다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아파트를 기다릴 경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이동이 막히면서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건설업은 물론 건자재업, 유통업, 은행 및 금융업 등 내수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국내 증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상승했지만, 건설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다음날인 13일에 각각 5.33%, 5.42% 떨어졌던 대림산업(000210)과 GS건설(006360)은 14일에도 1~2% 하락했다. 현대건설(000720)은 13일 2.66% 하락한 데 이어 14일에도 1.74% 떨어졌다. 건설주는 최근 한달 동안 20~30% 하락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건자재나 다른 내수주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건설주에도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한 달간 끊임없이 예고됐던 소식이고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비교적 중립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건자재는 향후 2~3년간 입주 물량이 감소한 뒤 정체할 것이고 재고주택 거래량도 늘어나기 힘들어 기업 채널이든 개인 채널이든 부정적"이라고 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주 중 해외 수주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가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 등 금융업에도 부정적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 위축이 심화되면 주택대출 성장 측면에서 은행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지금은 경쟁 여건이 심화되고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이라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푸른저축은행(007330)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될 경우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증권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보험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형 증권사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중 일부. 그는 "분양은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지만, 일반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분양 감소의 시발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축소로 연결돼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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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023530)이나 이마트(139480), KT(030200)등 내수주도 부동산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력이 오래된 이 같은 내수주는 최근 들어 리츠 설립 등을 통해 부동산 유동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규제는 아파트 등만 대상으로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나빠지면 빌딩이나 토지 매매도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KT는 부동산 분양 매출이 중요한 투자이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KT의 부동산 매출은 올해 약 4600억원으로 예상되나 내년은 7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가치를 근거로 KT에 3만87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그러나 분양가 통제 심화될 경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 특히 롯데하이마트(071840)와 같은 대형가전 위주의 유통업체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롯데하이마트는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입주 물량 감소였다"면서 "입주 물량은 올해 전년대비 15%, 내년에도 17% 감소할 예정이라 당분간 외형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정책은 증시를 넘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 및 건설과 연관된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이사나 중개사무소, 인테리어 등 경제구조의 하단에 있는 산업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도 "보통 이사할 때 가전을 바꾸는 등 목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면서 "심지어 우유 판매량도 부동산시장과 연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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