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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에 짐을 주섬주섬 챙겨 넣고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 집을 나섰다. 출근길 이용하던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비행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공항버스 전용 정류장을 향하는 발걸음은 이른 시간임에도 가벼웠다. 먼저 와 있던 남성 뒤에 줄을 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자니 밀짚모자를 쓴 여성이 오렌지색 여행 가방을 끌고 정류장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뒤 이어 정류장 앞에 정차한 승합차에선 할머니와 손녀를 포함한 5인 가족이 각자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정류장은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금세 왁자지껄 해졌다. 그들의 신나는 분위기에 나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소심하게 들떠있었다. 떠나는 이유와 목적지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지금 ‘공항’으로 간다.
지난 5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경향>-일터소리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이른 아침에도 녹아내릴 듯이 뜨거운 8월, 한마음 한뜻으로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렸던 이들은 이제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며 설레는 표정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밀짚모자를 쓴 여성은 유럽에 있는 나라 몇 곳을 둘러볼 예정인데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친구와 공항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3대가 모인 가족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휴양지로 첫 가족여행을 떠난다며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더 들떠있었다.
2시간 가까이 도로를 달려 버스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행객들은 쏜살같이 버스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슷비슷한 크기와 색상의 여행 가방 중 자석처럼 자신의 것을 찾아 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출발 예정인 항공편 등을 알려주는 경쾌한 안내 방송이 ‘돌돌돌돌’ 굴러가는 여행 가방의 바퀴 소리와 어우러져 공항 소리를 자아내고 있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왔던 여행객들은 편명과 보딩 타임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전광판 앞에 서서 여정을 확인하거나 자신들이 탑승할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탑승수속과 위탁수하물을 맡기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현정 씨는 친구와 함께 이탈리아 로마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항공사 직원이 김씨의 가방에 긴 영수증 같은 수화물 택을 붙이고 버튼을 누르자 레일 위에 있던 가방이 선별지역으로 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12시간 뒤 로마에서 다시 만나자”라며 가방에 짧은 작별인사를 건냈다.
체크인 카운터에는 항공권과 여권을 손에 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지각쟁이 여행객과 무게를 초과한 가방을 열어 짐을 빼느라 식은땀을 흘리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휴가철이라 몰려든 여행객들로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셀프체크인 기기(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탑승권을 발권하는 이들도 많았다.
반면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감소한 탓인지 일본행 항공편의 체크인 카운터는 다른 곳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여객터미널 곳곳에는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출입구와 휴대폰만 번갈아보며 초조해하거나 출국장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여행객과 그들을 돕는 공항 직원들의 모습도 익숙하게 펼쳐졌다. 또 여행객들이 곳곳에 두고 간 카트를 수거해 정리하거나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도 놓치지 않고 깔끔하게 청소하는 직원들이 여행객들과 공존하며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일터이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한 설렘의 공간이기도 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영상은 <이런경향>-일터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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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주 기자·사진 배동미 기자 jinju@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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