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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감정 최고조 속 文 경축사, 경제에 초점 맞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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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위안부·독도 문제' 등 중심 / 여론조사 통해 국민에 '희망 메시지' 던지기로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핵심 키워드로 / 경축사에 등장한 '아무르강'에도 관심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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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5일 8·15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았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은 일본 여행과 제품 구매 금지 운동을 벌이며 반일 감정도 고조된 상황이었다.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향후 전개될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국민운동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가 사실상 경제연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사회 각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혁신과 평화, 기술 강국, 제조업 강국, 성장국가, 자유무역질서와 함께 성장하는 모범국가 등 경제 역동성을 강조했으면 하는 의견이 취합됐다. 이는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통령도 ‘국민에게 경제에 대한 희망 메시지를 던지자’로 방향을 정했다. 과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이 중심이 됐던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경제 문제가 화두가 된 배경이다.

물론 대통령 비서실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경축사 연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각각 3차례씩, 모두 6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통상 비서실장이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던 것과 달리 정무수석도 힘을 보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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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빈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뉴시스


경축사에 들어갈 인용 문구로는 독립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심훈(1901∼1936)의 ‘그날이 오면’이 거론됐다. 문 대통령이 광복과 관련된 가장 좋아하는 시구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 광복절에는 ‘그날이 오면’을 주제 음악으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광복 직후 우리의 작품 중에서 경제건설과 관련된 작품을 찾아보라고 다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눈에 띈 것이 조선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다가 6·25 전쟁 때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작가 김기림(1908∼?)의 ‘새 나라 송’이었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이 구절에 나온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는 결국 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 핵심 키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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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등장하는 지역 가운데 러시아의 ‘아무르강’이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오호츠크해로 흘러가는 강으로, 문 대통령은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의 농부들과 대규모 콩 농사를 짓고”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콩 농사의 46.1%를 생산하고 있는 곳으로 북한도 이 지역에 땅을 임대해 농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관심을 갖던 곳이 하바롭스크 아무르지역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라며 아무르에서 생산된 콩을 소의 사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서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1001마리 소 떼를 이끌고 방북을 했을 당시 소들을 키운 곳이다. 정 회장은 이 지역에 소를 키운 농장을 운영했다. 정 회장의 소 떼 방북은 이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최초의 민간인으로 기록됐으며, 이후 금강산관광 사업 등 남북경협의 단초가 됐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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