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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일본·경기 대응에 밀리는 중장기 국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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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체질개선 전략 발표 늦어져 표류 가능성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내놓기로 한 중장기 국가 전략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7~8월을 전후해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 대책과 중장기 국가 전략인 ‘비전2045’ 등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으나 일본 수출규제 등이 불거지면서 중장기 전략 발표가 후순위로 밀리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범부처 인구정책TF(태스크포스·작업반)가 마련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 대책 가운데 당장 시행이 필요한 것들을 6월 말쯤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정년 연장 등 폭발력 있는 사안도 담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7월초로 발표가 한 차례 미뤄졌고, 지금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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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회의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끝부터)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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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인구구조 변화 대책을 매주 수요일 열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옛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런데 7월초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심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경제활력대책회의 의제로 삼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밀려 한동안 열리지 않던 경제활력대책회의는 지난 14일에 약 한달 만에 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날 회의 안건은 수출 활성화 대책,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 등이었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인구 대책을 내놓으면 한가해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 대책은 사실상 완성됐으나 정부는 ‘경제 상황이 진정된 뒤’ 발표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장기 전략도 표류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구현을 위한 전략 과제를 2019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과제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 이 전략 과제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준비 중인 ‘비전2045’에 통합됐는데, 비전2045 발표 시기가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래 8월쯤 비전2045를 공개한다고 했는데, 현재 10월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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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중장기 전략 수립을 내세웠었다.



올해 신설키로 한 ‘혁신성장·미래전략 관계장관회의’는 아예 감감무소식이다.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年) 단위 정책 스케줄에서 9월 초부터는 2020년도 예산안 심의와 국정감사 대응이 최우선 과제가 되기 때문에 전략 과제 발표가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9월이 되면 2020년도에 어떤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지가 논의되기 때문에 사실상 2019년도 정책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총리, 차관 등 기재부 주요 간부도 청와대나 국회 대응 업무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중장기 전략 등이 표류 상태나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올해 발표하기로 했던 중장기 전략 과제 가운데 상당수는 2020년도 예산안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 대책의 경우 요양보험 재정안정화 방안 마련, 학교 시설 복합화, 고령자 주택 및 소형주택 공급 확대, 군 병력구조 개편 등 다수의 재정 사업이 수반된다. ‘총론’격인 인구구조 변화 대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론’인 개별 정책용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경우 발표는 한다고 해도 제대로 예산 확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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