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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지한파 오구라 전 대사 “북·일 국교정상화로 한·일 관계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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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기고문서 과거사 쟁점 돌파구 제시

"수교 교섭 때 모두 올려 놓고 재청산해야"

국산화 정책…문 정권 '반재벌' 기조 상반

일본 태도도 문제…한국사정 이해하려 안 해

“일·한 관계에 본격적인 메스를 들이대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라면 그 계기는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밖에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외교 원로인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0) 전 주한 일본대사(1977~79년)가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기고문을 통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근본 해법으로 북·일 국교 수립을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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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 일본대사. [사진 일본재단패럴림픽서포트재단 홈페이지]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 양국 간 갈등과 관련해 북·일 수교 교섭 과정에서 타결의 돌파구를 찾자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14년간 7차례 회담했다. 그때마다 징용 피해 배상 등을 둘러싸고 양국은 치열하게 다퉜다. 그 결과물이 청구권협정이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이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도 과거사 청산이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그는 “(북·일 국교정상화 때) 전 징용공을 포함한 과거의 모든 문제를 한반도 전체에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재청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의) 대북 대응이 일·한 관계를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을 둘러싼 일·한의 의견이 다를 때, 한국에선 곧바로 반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북 국교정상화는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의 반일운동도 진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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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 일본대사는 '북·일 국교정상화'를 한·일 갈등을 풀 근본적인 계기로 내다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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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전 대사는 현안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일본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인 ‘수출관리체제’ 문제부터 빨리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폭넓게 협의하는 일·한 고위급 회의를 만들어 차원을 바꿔 논의해나가는 것이 사태 타개에 근접하는 길일 것”이라며 “진정한 미래지향은 미래로 이어지는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대항 조치로 검토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출관리는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유무역에 반한다는 한국 측 주장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국산화를 담당할 마땅한 중소기업이 부족하다는 것이 요지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의존도만 심화시켜, 문재인 정권의 반재벌 기조와 상반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산업은 국제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싸고 좋은 제품을 잘 조달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 태도도 약간 고압적인 부분이 있다”며 “한국에도 상응하는 사정이 있을 텐데 일본 측은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양국 국민 간 감정 악화와 관련해 “성숙한 국가 간에는 정치·외교 관계가 나빠도 일반인은 관광을 가고, 양 국민이 험악해지는 것도 없다”며 “일·한 관계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고 썼다. 이어 “종래와 같은 정치 우선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한 관계를 보다 폭넓게 보고 나갈 필요가 있다”며 “서로 상대 정권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으론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더욱 악화될 뿐”이라고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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