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이 15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천안=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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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선 '건국 100주년'이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운 1919년을 건국 원년이라며 올해가 건국 100주년이라고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이한 2017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강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건국 기준을 1948년 정부수립이 아니라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지정해 우파 진영의 반발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인 2017년 3·1절 행사에서도 “2019년은 민주공화국 건립 100주년”이라고 했고, 지난해 3·1절에도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며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그간 '건국 100주년'이라고 강조한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선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아예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건국’이라는 단어를 피하며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16일 수행원들과 함께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김구 선생(앞줄 가운데)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청사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김상선 기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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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 사라진 것처럼 '정부수립'도 거론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올해, 광복 74년 기념식을 특별히 독립기념관에서 갖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지난해 광복절엔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이란 표현을 두 차례 썼고 2017년엔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 했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건국 100주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한 1948년 9월 9일을 정식 건국절로 기념하기 때문에 이와 충돌하기 때문에 임시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다.
문 대통령만 아니라 민주당도 그 무렵부터 ‘건국 100주년’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건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시각 때문인지 이날 기념사에서 김원봉이 빠진 것도 북한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 측에서 국정원에 ‘남한은 김원봉을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한 사실여부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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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항일투쟁을 한 독립운동가로 1948년 월북해 북한에서 고위직(노동상)을 지냈다. 하지만 1958년 반혁명분자로 숙청됐기 때문에 북한에선 껄끄러운 존재다.
지 의원은 “지난 3월 26일 보훈처 업무보고에서 피 처장이 ‘국민 대다수가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원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고, 두 달 전만 해도 문 대통령이 현충일에 김원봉을 공개 언급했는데, 만약 북한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개월 전인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선 김원봉의 이름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한·미동맹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약산 김원봉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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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야권에선 “김원봉은 월북해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 훈장 받고 노동상까지 지낸 사람인데, 현충일 추념사에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며 거센 비판이 나왔다. 특히 국가보훈처가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敍勳)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여야 간 정치 공방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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