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해체" VS "문재인 타도" 정치구호
강제동원 피해자들 "아베 망동 이겨내자"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15일 서울 도심에선 보수-진보 단체들이 각자 ‘광복절 집회’를 열었다. 광복절 74주년을 맞아 열린 집회였지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선 "자유한국당 해체" "남북공동선언 이행" 등 정치적 구호가 나왔고, 보수단체도 ‘태극기 연합 집회’에서도 "문재인 타도" 같은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8·15 전국 노동자 대회’엔 조합원 등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권오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노총, "적폐청산" "자한당 해체" 구호…김명환 위원장, "‘지소미아’ 전면 파기" 주장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조합원 등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8·15 전국 노동자대회'와 '815 민족통일대회 평화손잡기'를 연이어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주 없이 평화 없다. (남북)공동선언 이행하자!" "아베정권 규탄한다. 강제동원 사죄하라!" "친일 적폐 청산하자. 자한당은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광복 74주년을 맞아 적폐청산을 외쳤던 촛불항쟁의 광장에 다시 모였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간섭과 침략, 민중의 저항과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8·15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어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다시 굳게 세워나가자"며 "7000만 겨레와 전 세계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을 실천하는 투쟁에 노동자들이 선봉에 서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군사연습과 방위비 증액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부당함에 맞서 싸워나가자"며 "다시 한 번 일본의 역사 왜곡, 경제 침략,평화 위협에 맞서서 전 민중과 함께 행동해 나아가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전면파기를 이루어 내자"고 했다.
문화공연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선 "우리 민족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친일에 친미로 배불리는 매국노들" 등의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8·15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민족자주, 평화통일, 친일적폐 청산'이라고 적힌 천을 들고 있다. /권오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 인근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쪽으로 행진해, ‘NO 아베’ ‘내정간섭 중단!’ 등이 적힌 풍선을 터뜨렸다. 또 일본대사관 앞에선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찢기도 했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7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규탄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쯤부터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8·15 제74주년 아베 규탄 및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 문화제'를 이어갔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강제징용 사죄하라!" "침략지배 사죄하라!" "경제침탈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서울광장서 ‘태극기 연합 집회’…"文대통령 물러가라" 구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와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인 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 일파만파, 우리공화당 등 보수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8·15 태극기 연합 집회'를 열었다. 앞서 우리공화당과 석방운동본부는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광복절 74주년·건국절 71주년 기념 집회를 열었다.
15일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퇴진 등을 요구하는 ‘8·15 태극기 연합 집회’를 열고 있다. /홍다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극기 연합 집회’ 참석자들은 우산에 태극기를 붙이거나 우비를 입고 태극기와 성조기 깃발을 흔들었다. 서울광장 주변엔 ‘김정은에게 굴종, 안보 파탄 문재인 끌어내자’ ‘헌법, 안보파괴, 민생파탄, 간첩세력 문재인 타도하자’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OUT’ ‘주사파 척결’ ‘반일 선동 타도하자’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석 인원에 대해 우리공화당 측은 "30만명", 국본 측은 "2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보수단체인 일파만파 이모 대표는 연설에서 "우리가 뭉쳐 잔인무도한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고 자유대한민국을 사수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었던 도태우 변호사는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지 베네수엘라처럼 될지,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석방운동본부 측은 "증거 없는 인민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 "최저임금, 민생파탄 문재인 물러가라"고 외쳤다. 무대 아래에 있던 참석자들은 "내려와 문재인"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애국가를 불렀다.
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퇴진 등을 요구하는 ‘8·15 태극기 연합 집회’를 열고 있다. /홍다영 기자 |
집회에 참석한 권모(67)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가 어려워지며 손님이 줄었고, 8년간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게 됐다"며 "답답한 마음에 오전 8시부터 대구에서 기차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이어 "대구 공단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데 얼마 전 30대 큰 아들도 직장을 잃었다"며 "너무 힘들어서 오늘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여모(78)씨는 "박 전 대통령이 무더위에 교도소에서 잘 지낼지 걱정되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갈 때까지 집회에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 일대까지 행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 "日 즉각 사과·배상하라"
앞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광복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열고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했다. 비가 내린 이날 집회엔 3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참석했다.
비가 내린 15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서울광장에서 주최한 광복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우산을 들고 참가했다. /권오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집회에서 "화장실을 조금만 늦게 다녀와도 얻어맞았고 밥도 세 숟갈 뜨면 없었다"며 "일제 때는 힘이 없어 당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강해졌으니 아베의 망동을 이겨내자"고 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와 손잡고 끝까지 싸우자!" "우리가 역사의 증인이다. 강제동원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동행동 측은 대회사를 통해 "반(反)역사적인 정치인들이 등장해 나라끼리 다투게 되면 승자도 패자도 없이 동아시아 전체가 불행해진다는 것은 이미 제2차대전이 가져온 참담한 비극으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했다.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나 법원이 취한 부당한 처사는 지난 태평양전쟁 때 저지른 파시즘적인 끔찍한 역사를 청산하지 않겠다는 뻔뻔스런 야만 행위"라며 "끔찍한 비극을 영원히 역사에서 추방하려면 가장 먼저 과거를 청산해야 하며 그 첫 관문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올바른 처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의 연대사도 소개됐다. 북측은 "일본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오히려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경제침략행위까지 일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후안무치한 망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천년 숙적 일제의 특대형 국가범죄를 반드시 결산하고 천백배의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권오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