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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기자수첩]탈북 모자의 '비극'… 책임 떠넘기는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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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근 숨진 채 발견된 탈북 모자가 살던 집 앞.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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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40대 어머니가 겨우 여섯 살인 아들과 함께 생을 마쳤다. 냉장고에 먹을 거라곤 고춧가루가 전부였고, 통장에 찍힌 잔고는 ‘0’원이었다. 탈북민에다가 이혼한 한부모 가정이었고, 마땅한 소득도 없었던 이들 모자는 숨진 뒤 두 달이나 방치됐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의심스러울만큼 충격적이다.

그 어떤 핑계를 댄다해도 정부의 탈북자 관리와 사회 복지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 모자가 외부와 접촉을 극도로 꺼렸어도 수개월 간 월세와 공공요금을 내지 못했는데 누구 하다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당국으로부터 받은 돈은 양육수당인 월 10만원이 전부.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 87만원, 한부모 가정 지원 20만원 등 이미 존재하는 복지 급여만 받았어도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통일부 산하 재단을 통해 탈북민에 대한 지원도 따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제도적 장치를 두고도 생을 달리 한 모자에 대해 관할 지자체와 탈북민을 관리하는 통일부, 복지 제도 전반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용국가’를 표방한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비극 이후 관련 부처들은 최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탈북민 관리 기간인 5년이 지나 모자가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통일부나 지자체가 알려주지 않으면 이런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며 지자체 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관할 지자체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한 보다 촘촘하고 세밀한 지원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제도가 부족하다면 새로 만들고, 사각지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내 안전망을 펼쳐야 한다.

부처 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이다. 참담한 비극을 두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국민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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