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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유화업계, 불황 속 에틸렌 증설… ‘양날의 검’ 우려에도 ‘뚝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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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이달 31만톤 증설 물량 양산 개시

LG화학·현대케미칼 등 앞다퉈 증설 추진 중

불황에 에틸렌 가격 반토막, ‘과잉투자’ 걱정도

업계 “장기적 수요 늘 것, 선제적 투자 필수”

이데일리

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화토탈)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최근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에틸렌 증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화산업의 기초소재인만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적 판단에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확대와 중국산 물량 확대 등으로 과잉투자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업체들은 선제적 대응을 위해 ‘뚝심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지난해 초부터 진행해 온 연간 생산능력 31만톤 규모의 에틸렌 증설을 마무리 짓고 이달 중순부터 양산 제품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한화토탈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40만톤으로 확대된다. 한화토탈은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 증설도 연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에틸렌 수요와 시장 규모가 매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증설을 추진했고 이달 중순 이후부터 양산할 계획”이라며 “연산 40만톤 규모의 폴리에틸렌 증설도 연내 마무리하는 등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 확대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051910)도 올 상반기 여수공장에서 연산 23만톤 규모의 에틸렌 증설 작업을 완료하고 최근 양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오는 2021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연산 80만톤 규모의 에틸렌 증설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에틸렌을 기초유분으로 만드는 고부가 폴리올레핀(PO)도 연산 80만톤 규모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간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연산 75만톤 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고, 정유사인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각각 연산 150만톤, 70만톤을 증설 중이다. 약 400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증설을 완료하거나 증설 중인 셈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글로벌 에틸렌 수요가 매년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됐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틸렌 수요는 매년 4~5%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까지 호황을 누렸던 국내 유화업체들은 이 같은 에틸렌 수요 전망을 기반으로 선제적 시장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유화업계는 산업적 특성상 호황시 번 돈으로 불황 진입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다”며 “증설 공사하는 데만 2~3년이 걸리는 만큼 짧게는 5년, 길게는 향후 10년을 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화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에틸렌 가격도 동반 추락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에틸렌 가격은 톤당 761달러로 전년 동기(톤당 1380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도 보통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300달러선을 하회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유화업계의 뚝심투자가 자칫 과잉투자로 되돌아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확대로 인한 수요 위축, 미국·중국산 에틸렌 생산 확대로 인한 공급과잉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유화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 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유화산업 전망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하는 만큼 단기적 수요 및 가격 하락으로 판단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4년에도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증설 경쟁으로 과잉투자 논란이 일었지만 1년여간의 터널을 지난 후 증설 업체들은 모두 수혜를 누렸던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PX 증설 시기에도 일부 업체들이 구조조정돼 기초체력이 강한 우리 기업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측면도 있었다”며 “에틸렌 역시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성 높은 국가들이 아시아 시장에 많은만큼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제적 증설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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