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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오늘의 경제소사] 최초 전진익 항공기 Ju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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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전진익 교배도 필요

서울경제


1946년 독일 중부 데사우 융커스 항공사 비행장. Ju 287 한 대가 떠올랐다. 길이 18.3m, 날개폭 20.11m였던 Ju 287은 두 가지 신기록을 세웠다. 첫째, 처음으로 4발 제트엔진을 단 폭격기의 등장. 제트엔진 두 개는 날개 밑에, 두 개는 조종석 부근에 붙였다. 둘째, 세계 최초의 전진익(前進翼·Sweep Forward Wing) 전투용 항공기의 등장. 앞날개를 거꾸로 붙인 듯한 전진익은 요즘도 여전히 연구의 영역에 머문다. 장점이 많지만 제조와 운용이 어려운 탓이다.

독일은 왜 일찌감치 전진익 개발에 나섰을까. 불리한 전황을 일시에 뒤집을 전략급 무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독일은 빠르고 높게 비행할 수 있는 4발 제트폭격기 100대를 생산, 각종 전투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작 Ju 287의 제작 대수는 단 두 대. 17회에 걸친 시험비행 성과는 좋게 나왔다고 전해진다. 의도치 않게 내부 폭탄창의 용적이 크게 넓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그럼에도 두 가지 벽에 걸려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구개발 여건이 나빠졌다. 연합국의 공습으로 물자생산이 어려워 Ju 287은 기존 폭격기의 부품을 그대로 썼다. 심지어 앞바퀴는 미군의 추락한 B 24 경폭격기에서 떼어냈다. 결정적으로 소련의 진공 속도가 빨라 관련 문서를 불태우고 핵심 인력을 빼돌릴 여유가 없었다. 결국 독일이 쌓은 연구개발 성과는 소련으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소련은 1946년 Ju 287을 복사한 OBK-1을 선보였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미국의 F 22 랩터 전투기를 잡을 대안으로 SU 47 전진익기를 생각했던 적도 있다.

전진익은 회전반경이 짧고 기동성이 뛰어나지만 날개에 가해지는 압력을 이길 만한 소재가 필수적이다. X 29라는 사업명으로 전진익기 실험만 450번 실시한 미국은 데이터만 쌓아놓고 개발을 보류 중이다. 한국도 민수용 전진익기를 개발하려다 처절하게 실패한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8월 비행 도중 기기파손으로 추락한 순수 국내 개발 전진익 항공기 ‘보라호’는 5차 시험의 관문을 넘기 직전 추락사고가 났다. 당국은 5차 시험비행을 마지막으로 연구개발을 종료하고 보라호를 국내외에 시판할 생각이었다. 미국은 450번 시범비행하고도 데이터만 쌓은 반면 한국은 다섯 번의 테스트로 ‘완성’을 선언하려다 사고를 자초한 셈이다. 요즘이라고 이런 일이 없을까. 간혹 불거지는 국산 무기 부실 논란의 근저에도 형식적 검사가 깔려 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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