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코 맞고만 있으면 조금만 수틀려도 사사건건 괴롭힐 거다. 받은 만큼은 못 돌려줘도 훅(hook) 한 번은 제대로 날려야 하지 않나."
요새는 어떤 자리에 가든 한·일 경제분쟁이 도마에 오른다. 최근 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자리에서도 그랬다. 그는 맞을 땐 맞더라도 한번쯤은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에도 얕보이면 역사·영토 분야에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경제적 수단을 무기로 삼을 거란 뜻에서다. 그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두 나라의 충돌이 잦을수록 상처만 커지는 건 우리 기업이고, 우리 국민이다. 다시는 지지 않는 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는 그 해법을 보다 철저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 찾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상응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꼽는다. 전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부 품목과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자는 우리 기업들도 피해를 각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모범사례는 의외로 일본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0년 9월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 선장을 송치했다. 격분한 중국은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당시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일본은 즉각적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일본은 인도, 베트남, 호주 등 수입국을 다원화하고 대체기술 확보에 매진했다. 그 결과 희토류 의존도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WTO에 제소해 승리하면서 중국에 불공정 국가의 낙인을 찍은 건 덤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에 지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앞세우는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일단 올해 추경예산 2732억원을 풀고 내년엔 2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십수년 전부터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에 예산을 투입해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소재·부품은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일본의 강력한 무기로 남아있다.
장기적 호흡으로 묵직하게 이끌고 가야 한다. 한 소재사업 관계자는 "일본은 소재·부품은 100년의 전통이 있다"며 "그들이 가진 원천기술은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로 한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시는 지지 않으려면 공격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말고 묵직한 타격 한 방을 남겨야 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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