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3곳 '친일파 교가' 등
교육현장선 폐기 목소리 높은데
교육부 조사·뚜렷한 방침도 없어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극일(克日) 운동으로 번지는 가운데 교육현장에서도 일제 잔재 청산 바람이 불며 친일파가 만든 교가와 일본에서 수입된 교목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광복절 등에 관한 계기교육(교육과정에 없으나 특별한 필요가 있을 때 실시되는 범교과 교육)까지 권장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관련 통계와 방침은 없어 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서울의 113개 학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역 도발로 일제 제품 불매를 넘어 극일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친일파 교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경제 보복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 지금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은 교가 개선 등 친일 잔재 청산 작업에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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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 존재하는 일본 제국주의 잔재는 교가뿐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개교한 학교들의 교목이 일본산 수목들이어서 논란이 제기됐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지역의 122개 학교가 교목으로 일본산 향나무를 교목으로 쓰고 있고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도 16개교라고 최근 지적했다. 부산의 경우 일본과 밀접한 지역 특성 때문에 학교 설립에서 일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해방 이후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가 학교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학교의 자율적인 개선을 넘어 교육당국의 전수조사와 청산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교육현장의 일제 잔재 청산 의지와 달리 정부 차원에서의 친일파 교가, 일본산 교목 폐기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친일 잔재 종합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고 현재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원하면 지역 교육청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항일 분위기에 위안부 ‘기림의 날’과 광복절에 관한 계기교육까지 권장한 교육부가 실제 학교 현장의 친일 잔재 청산 필요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현장에서 친일 잔재를 청산하려고 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충청북도교육청은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 내 학교에 심어져 있는 일본식 향나무 전면 제거를 추진하다 비용문제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가를 새로 만들려면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는 등 돈이 필요하고 수목을 새로 심는 것은 더 큰 사업”이라며 “비용문제를 생각했을 때 분위기에 편승해 교가와 교목을 바꾸는 게 맞는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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